시즌 전 전망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던 KIA 불펜이 상큼한 스타트를 끊으며 반격에 나섰다. 돌아온 윤석민을 마무리로 기용하는 강수까지 쓴 만큼 이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지느냐도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리빌딩의 시즌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KIA는 개막 이후 치러진 3경기를 모두 잡는 저력을 과시했다.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도 좋았다. 3월 28일 광주 LG전에서는 에이스 양현종이 좋은 투구를 선보이며 승리를 따냈다. 29일 LG전에서는 브렛 필이 상대 마무리 봉중근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1일 인천 SK전에서도 ‘천적’ 김광현을 무너뜨리며 3연승을 내달렸다.
KIA가 개막 이후 3연승을 질주한 것은 2003년(8연승) 이후 처음이다. 팀 분위기에 대한 은근한 자신감을 선보이던 KIA 선수단의 분위기에 기름을 부을 만한 성과다. 그리고 그 3연승을 주도한 것은 역시 마운드였다. 3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이 2.33에 불과했다. 이는 리그 전체 최고 기록이다. 팀 타율이 2할3푼9리(리그 8위)로 썩 좋지 못했음을 고려하면 마운드가 승리를 책임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마운드 속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불펜이다. KIA는 지금까지 3경기에 양현종, 필립 험버, 조쉬 스틴슨이라는 ‘선발 트리오’를 차례로 투입했다. 아무래도 성적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의 뒤에 나서는 불펜 요원들의 성적도 좋았다. 양·질 모두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KIA 불펜이 희망을 발견해가고 있는 것이다.
28일 LG전에서는 양현종이 6이닝을 소화하고 내려가자 임준섭(1이닝) 최영필(⅓이닝) 심동섭(⅓이닝) 윤석민(1⅓이닝)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LG의 추격을 따돌렸다. 6회까지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경기를 잡을 수 있었던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29일 LG전에서는 임준섭(3실점)이 좋지 않기는 했지만 임준혁(1⅓이닝) 박준표(2이닝) 심동섭(⅔이닝) 최영필(1이닝)이 모두 자신의 몫을 했다. 1일 SK전에서도 선발 스틴슨에 이어 박준표 최영필 윤석민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영봉승을 마무리했다.
사실 불펜은 최근 몇 년간 KIA의 고질병이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타자 한 명의 경기 출전을 제한하면서까지 마무리투수(하이로 어센시오)를 영입하기도 했다. 올해도 사정이 크게 나아졌다고 보는 이는 없었다. 김기태 감독이 돌아온 윤석민을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투입하는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뒷문이 불안하면 경기의 전략을 그리기 어렵고, 경기가 뒤집어지면 팀 사기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상대팀에 만만한 이미지를 심어줘서도 안 됐다.
그런 윤석민의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3경기에서 2세이브를 기록했다. 앞뒤 등판간격에 따라 1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다는 점도 불펜에 도움이 된다. 불펜 요원들의 심리적 안정도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윤석민이 뒤에 버티고 있으니 8회까지만 어떻게든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심리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효과를 설명했다.
김기태 감독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종이에 적힌 불펜투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씩, 빠짐없이 거론하며 “선수들이 자신들의 몫을 다하고 있다. 6점을 준 경기(29일)에서도 괜찮았다”라면서 “가지고 있는 재능들이 있다. 자신감도 있는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윤석민 효과를 차치하더라도 선수 개개인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기대감이다. 물론 변수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돌아올 전력도 몇몇 있다는 점에서 ‘버티기’를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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