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약체?’ 효자 필, 팬과 함께 독기 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03 06: 00

실력이면 실력, 인성이면 인성. 이상적인 외국인 선수의 롤모델을 그려가고 있는 브렛 필(31, KIA)은 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외국인 선수 중 하나다. 그런 필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팀의 일원으로서 ‘저평가’ 받았던 지난겨울의 설움을 깨끗하게 털어버린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팬들과 함께 하려 한다.
지난해 KIA 유니폼을 입고 좋은 활약을 펼쳐 재계약에 이른 필은 올 시즌도 초반부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개막 후 3경기에서 타율 3할6푼4리,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3월 29일 LG전에서는 극적인 끝내기 홈런, 그리고 1일 SK전에서는 결승타를 터뜨리며 해결사 몫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비록 비로 노게임이 선언되긴 했지만 2일 SK전에서도 동점 적시타를 때리는 등 뜨거운 감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필의 최근 표정은 더없이 밝다. 적응이라는 표현보다는 융화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동료들과도 잘 어울린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최희섭의 가세로 말동무도 늘었다. 이런 편안함은 그라운드에서 더 적극적이고 집중력 있는 플레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김기태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도 보이지 않는 힘이다. 필은 “항상 감독님께서 실수나 잘못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신다. 그런 조언과 격려가 플레이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공을 슬그머니 김기태 감독에게 돌렸다.

필이 또 고마워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필에게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이다. ‘잠시 거쳐 가는’ 경우가 많은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가도 금세 식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KIA 팬들은 그렇지 않다. 벌써부터 앞으로도 계속 함께 가야 할 식구로 생각한다. 기량과 인성을 모두 갖춘 까닭이다. 이에 대해 묻자 필의 표정은 한층 더 밝아지며 말을 이어나갔다.
필은 “광주는 팬들의 성원은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어제(1일)도 팬들의 응원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라면서 “팬들의 성원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시끄러운 분위기도 괜찮다. 팬들의 성원을 받으면 그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더 분비되는 느낌”이라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올 시즌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약체’라는 인식을 날려버리고 싶다는 포부다.
지난겨울 ‘저평가’된 팀의 시즌 프리뷰가 신경 쓰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필은 “과대평가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한다. 마음가짐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과대평가가 되면 ‘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부담을 가질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잠시 숨을 고른 필은 “개인적으로 우리가 저평가될 만한 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이야기했다.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필은 지난해 부상만 빼면 개인성적은 그렇게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팀은 8위까지 처지며 우울한 시즌을 보냈다. 재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감독 교체 등 팀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지는 것도 모두 지켜봤다. 중심타자로서 책임감이 생긴 이유다. “경험 측면에서 지난해보다는 낫다. 코치, 동료들도 많이 도와준다”라고 다시 공을 주위에 돌린 필은 “최희섭의 가세로 중심타선도 짜임새를 더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팀을 생각하는 ‘효자 외국인’ 필이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독기를 품고 달려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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