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그대로’ SK 켈리가 보여준 가능성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03 06: 01

한 때 ‘베일에 싸인 사나이’라는 농담까지 들었던 메릴 켈리(27, SK)가 시즌 첫 경기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비로 노게임 처리가 되기는 했지만 켈리의 가능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한 판이었다. 평가 그대로였다. 이제는 그 모습을 이어가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켈리는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4이닝 동안 69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치른 경기라 그라운드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점,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하루가 늦은 등판이라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SK가 제출한 ‘켈리 보고서’의 내용이 상당 부분 검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메이저리그(MLB) 경력을 가진 선수들이 대거 한국무대에 들어오고 있지만 켈리는 MLB 경력이 없는 보기 드문 선수다. 대신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실적을 쌓았다. 아직 젊은 나이인 만큼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점, 신체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시기가 아니라는 점,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트래비스 밴와트의 성공사례를 지켜본 SK는 켈리에 과감히 베팅하며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그런 켈리에 대한 보고서에는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제구가 좋다. 체인지업의 위력이 수준급이며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들어있었다. 2일 KIA전은 그 평가를 증명한 한 판이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를 상회했다. 초반에는 몸이 덜 풀린 인상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구속은 점차 올라갔다. KIA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리는 양상이었다. 그러다보니 공격적인 승부도 가능했다.
여기에 가장 고무적인 것은 제구가 좋았다는 점이다. 스트라이크존 높은 쪽으로 몰리는 공이 거의 없었다. 좌우 코너웍을 활용하는 능력도 좋았지만 가장 긍정적이었던 것은 타자 무릎 부위에서 공이 낮게 들어갔다는 점이다. 켈리는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무대서 28경기(선발 15경기)에서 108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37개 밖에 내주지 않아 탈삼진/볼넷 비율이 2.92에 이르렀다. 이날도 볼넷은 딱 하나였다. 그것도 최용규와 16구 승부 끝에 준 것이었다.
130㎞대 중반에 이른 체인지업의 위력도 평가 그대로였다.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빠르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KIA 타자들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땅볼을 많이 쳤다. 실제 4이닝 동안 아웃카운트 12개 중 무려 8개가 땅볼이었다. 장타 위험성이 적다는 징조로 해석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도 비교적 차분하게 대처했다.
켈리는 계약금, 연봉을 모두 합쳐 35만 달러에 SK 유니폼을 입었다. MLB 경력이 없는 선수라 상대적으로 싼값에 영입할 수 있었다는 게 SK 실무진의 회상이다. 때문에 이미 검증된 외국인 선수인 밴와트에 비해서는 기대치도 살짝 낮은 것이 사실. 그러나 이 정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다면 밴와트에 이은 두 번째 ‘저비용 고효율’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공산이 크다. 제구가 안 됐을 때의 임기응변을 보완하는 것은 여전한 숙제지만 어쨌든 출발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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