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4경기, 한화에서 가장 애타게 한 투수와 타자를 1명씩 꼽으라면 유창식(23)과 김회성(30)이 될 것이다. 두 선수 모두 한화를 대표하는 유망주이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두 선수를 키우기로 마음먹은 김성근 감독은 과연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유창식은 지난 1일 대전 두산전에서 구원으로 나와 ⅔이닝을 던지며 1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부진했다. 3개의 볼넷은 모두 스트레이트로 15구 연속 볼을 남발했다. 심각한 제구 난조에 던지는 유창식이나 지켜보는 이들 모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화는 그대로 졌고, 유창식의 내상이 걱정됐다.
하지만 이튿날 김성근 감독은 유창식의 볼 남발에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제일 나쁜 것부터 보여주기 시작하네"라며 웃은 뒤 "그동안 (실전에서) 잘 안 던져 1이닝 정도 던지게 하고 선발로 넣은 생각이었다. 원래 같으면 권혁이 나올 타이밍이지만 경기 중 유창식을 준비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설마 그렇게까지 갈 줄은 몰랐다"면서도 "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첫 타자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은 뒤로 흔들린 것이다"며 "감독이라는 자리에서 유창식이를 나무랄 게 아니다. 왜 유창식이가 그렇게 던졌는지 생각해야 한다. 애당초 권혁 자리인데 유창식을 넣은 게 잘못됐다"고 자책했다.
최악의 제구 난조를 보였지만 유창식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유창식은 선발로 쓴다. 다음 로테이션부터 선발에 들어간다"고 못 박았다. 선발 한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유창식을 쉽게 로테이션에서 제외할 수 없었다. 투수 교체 타이밍에서 스스로를 탓하며 유창식에겐 '당근'을 줬다.
반면 김회성에 대해선 경고장을 날렸다. 김 감독은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 때부터 김회성의 매력에 푹 빠져 3루수 송광민을 좌익수로 보내면서까지 그를 주전 3루수로 키우기 위해 작정했다. 개막전에서 5번타자 3루수로 나와 팀의 시즌 첫 안타를 만들어내며 좋은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후 부진에 빠졌다.
개막 후 4경기에서 14타수 2안타 타율 1할4푼3리. 볼넷 2개를 얻는 동안 삼진 5개를 당했다. 특히 득점권에서 9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것이 뼈아팠다. 김성근 감독도 "승부는 김회성에게서 걸리고 있다. 하나면 치는 되는데 과욕이었다. 자신이 있으니까 스윙을 크게 하는 것이다. 초구~2구는 참는 것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의욕이 지나치게 앞선다는 지적이다.
이어 김 감독은 "기회라는 것이 계속 있는 게 아니다. 선수 스스로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 정근우·한상훈·김태완이 돌아오면 그 선수들을 쓰게 될 것이다. 송광민도 언제든 3루로 쓸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결국 개막 4번째 경기에서 김회성은 선발에서 제외됐고, 송광민이 3루수로 돌아왔다. 대체자가 있는 선수에겐 확실한 '채찍'을 통해 경쟁심을 부추긴다.
각기 다른 방법을 통해 부진에 빠진 선수에게 자극을 주고 있는 김성근 감독. '당근과 채찍' 전략이 통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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