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오승환(33, 한신)은 오승환이다. 이내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즌 초반부터 맹렬히 세이브를 쌓으며 2년 연속 구원왕을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오승환은 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숙적’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시즌 세 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4-2로 앞선 9회 선발 랜디 메신저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아 1이닝 동안 탈삼진 하나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로서 오승환은 올 시즌 세 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점대(1.80)로 낮아졌다.
시즌 초반 행보가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던 오승환이었다. 2일까지 네 경기에 등판해 2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아슬아슬한 순간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허용했고 20개 이하의 공으로 1이닝을 마무리한 적도 없었다. 압도적 위용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하루를 푹 쉰 오승환은 전혀 다른 선수였다. 요미우리의 힘 있는 타자들을 상대로 최고 153㎞(중계 카메라 기준)의 강속구를 던지며 힘으로 윽박질렀다. 투구수는 16개였다.

사실 불안한 모습을 보여 “지난해만 못한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 언론에서도 우려의 눈길이 있었다. 일본야구 특유의 현미경을 피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첫째였다. 여기에 초반에는 구속도 잘 나오지 않았다. 140㎞대 중반이 찍혔다.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일 언론들은 “그 정도 구속으로는 타자들을 압도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모든 우려에서 천천히 벗어나고 있다. 요미우리전에서는 대부분의 빠른 공이 140㎞대 중·후반을 찍었고 150㎞가 넘는 공도 눈에 띄었다. 힘이 느껴졌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승환은 한국에 있던 시절부터 전형적인 슬로스타터로 불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몸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이런 패턴이 올해도 ‘순조롭게’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날은 팀과 오승환 모두 꼭대기에 선 날이기도 했다. 한신은 센트럴리그 선두를 고수했고 오승환은 후쿠타니 고지(주니치)를 제치고 센트럴리그 구원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지난해 39세이브를 수확하며 일본무대 데뷔 첫 해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오른 오승환이 더 빠른 속도로 세이브를 쌓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고전한 경기는 있었지만 어쨌든 블론세이브도 없다. 오승환의 기량, 한신의 전력을 고려할 때 2년 연속 구원왕 등극의 청신호는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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