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5연패에 빠지며 창단 첫 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32)는 4번째 멀티히트 경기를 만들며 좋은 페이스를 이어갔다.
마르테는 kt가 올 시즌을 대비해 발 빠르게 영입한 야심작 중 하나다. 마르테는 2001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유망주로 입단했다. 큰 기대를 모았던 내야수였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진 못했다. 메이저리그 7시즌 동안 통산 308경기서 타율 2할1푼8리 21홈런 99타점을 기록했고, 마이너리그에선 통산 1132경기서 타율 2할8푼2리 182홈런으로 좋았다.
기록상 그렇게 뛰어난 타율은 아니었지만 직접 보고 나니 달랐다. 이숭용 타격 코치는 “3할에 20홈런을 쳐줄 수 있는 타자”라면서 “막 덤벼드는 스타일이 아니고 공을 잘 본다”고 칭찬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고 수비는 그야말로 메이저리그급이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선 2개의 홈런에도 타율 1할7푼4리(23타수 4안타)로 부진했다.

걱정의 시선도 있었으나, 정규시즌에선 또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마르테는 3월 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2안타를 치더니 31일 수원 삼성전까지 3경기 연속 2안타 경기를 했다. 특히 삼성과의 경기서 2루타 2개 포함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기대했던 만큼의 스윙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다음날(4월 1일) 삼성과의 2차전에선 무안타로 침묵했다. 타격감에는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바깥쪽 변화구에 약점을 노출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이날 삼성 선발 투수 윤성환은 마르테를 상대로 집요하게 바깥쪽을 공략해 삼진 3개를 뽑아냈다. 7회에 등판한 신용운 역시 바깥쪽 변화구로 마르테를 삼진으로 잡았다.
마르테의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3일 수원 KIA전에 앞서 만난 이숭용 타격 코치는 “마르테를 상대로 윤성환의 바깥쪽 슬라이더가 정말 잘 들어갔다”면서 “본인도 스스로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잘 할 것이다”라며 변함없는 믿음을 보였다. 그리고 마르테는 이날 경기에서 다시 멀티히트를 가동했다. 무려 5경기 중 4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것.
마르테는 이날 3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첫 타석에선 양현종에게 루킹 삼진을 당했다. 초구 파울 후 바깥쪽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가 됐다. 이후 양현종은 역으로 몸쪽으로 공을 찔러 넣어 삼진을 잡아냈다. 하지만 마르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4회말 1사 후 두 번째 타석에선 양현종의 바깥 쪽 높게 오는 빠른 공을 바로 받아쳐 우중간 안타를 만들었다.
그리고 6회말 2사 1루에서 맞이한 세 번째 타석. 포수 이성우는 바깥쪽 공을 요구했고 양현종은 초구로 바깥쪽 변화구를 선택했다. 가운데에서 약간 벗어난 바깥쪽 공이 들어왔지만 마르테는 이를 정확히 잡아당겨 이번에는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비록 첫 타석에선 삼진을 당했지만 이어진 두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치며 결코 쉽지 않은 상대임을 증명했다.
위력적인 타격 실력에다가 이미 잘 알려졌듯이 마르테의 성격은 만점이다. 이날 경기에 앞서 박경수는 마르테를 두고 “지금은 적응기인 것 같다. 성격도 진짜 최고다”면서 “예전에 LG에서 같이 뛰었던 알 마틴, 클리어 페타니지와 비슷하다. 정말 순하고 한국 사람이나 다름없다”며 칭찬했다.
물론 약점을 완벽히 극복할지는 몇 경기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스스로의 약점을 알고 훈련을 성실히 소화하는 마르테이기에 앞으로의 타석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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