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30, 두산 베어스)이 부산으로 돌아온 첫 경기에서 약속대로 송승준(35, 롯데 자이언츠)과 맞붙는다.
장원준은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상대 선발은 송승준. 매년 큰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선수들 간의 대결이다. 지난 시즌까지는 한솥밥을 먹던 사이기도 하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법한 조건들은 모두 완성됐다. 지난달 29일 각자 등판하기 전에 둘 다 이기고 사직에서 만나자고 문자로 약속했던 장원준과 송승준이 만났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야기 하나가 완성됐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 등판에 친정팀을 만난 장원준은 롯데 타자 하나하나를 상대할 때마다 보는 재미를 연출할 것이다.

하지만 옛 추억을 회상할 여유는 없다. 팀의 첫 연패를 끊어야 한다. 두산의 3연승 과정에서 장원준은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 개막 2연승을 만드는 7이닝 9피안타 1실점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팀이 3연승 뒤 2연패에 빠졌고, 두산 데뷔전에서 연승을 만들었던 장원준이 이번에는 연패를 끊어야 하는 사명을 어깨에 짊어지게 됐다.
장기 레이스에서 연승의 시작점이자 연패의 끝이 되어야 하는 것이 에이스라는 자리다. 공교롭게 장원준의 첫 등판과 두 번째 등판 모두 중요한 흐름 속에 있다. 장원준이 송승준과의 맞대결에서 이겨 팀 승리에 기여한다면 두산은 연패를 끊고 4승 2패로 다시 초반 선두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반대라면 3연패가 되어 부담이 커진다.
장원준의 피칭이 중요한 것은 다음날인 5일 더스틴 니퍼트의 복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원준이 연패를 끊어줘야 니퍼트가 조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연패가 3경기로 길어진다면 니퍼트는 자신의 첫 등판에 신경 쓸 새도 없이 팀의 연패를 자신의 손으로 끊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더 큰 부담감에 휩쓸릴지 모른다.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 장원준은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가 우천 취소된 지난달 31일 대전에서 “첫 등판 때는 부담이 조금 있었는데 끝나고 홀가분해졌다”고 말했다. 서울로 이사를 온 뒤 처음으로 부산에 간다는 장원준에게 ‘부산 원정’이 어떤 기분일지 묻자 “아직 잘 모르겠다. 어떤 느낌인지는 가봐야 알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잘 던지고 싶다”며 승리를 향한 갈망은 숨기지 않았다.
우선 장원준과 롯데 타자들의 승부는 처음이기에 모든 것이 미지수다. 사직은 익숙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반면 송승준은 지난해 두산전 3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6.14로 부진했다. 시즌 평균자책점(5.98)보다도 나쁘다. 그리고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8월 잠실 원정 때는 숙소에서 샤워를 하다 미끄러져 경기 당일 이상화에게 선발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송승준이 두산과의 악연을 끊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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