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투수진은 좋다고 생각한다”
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약 6주 정도의 스프링캠프를 마친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은 마운드 상황에 대한 현지 언론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문제될 것이 없다”라는 자신감이다. 선수들을 감싸 안는 매팅리 감독 특유의 화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위의 시선은 다르다.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마운드가 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애리조나 캠프를 모두 마치고 연고지인 로스앤젤레스로 복귀한 다저스는 4일(이하 한국시간)과 5일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릴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를 끝으로 모든 시즌 준비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7일 오전 5시 10분부터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샌디에이고와의 시즌 개막전과 함께 162경기 대장정에 돌입한다. 말 그대로 이제는 막바지다. 25인 로스터를 확정짓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해 줄 때다.

타선은 그럭저럭 긍정적인 성과를 내며 준비를 마쳤다. 지미 롤린스, 하위 켄드릭, 야스마니 그랜달 등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작 피더슨을 필두로 하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롤린스, 켄드릭, 피더슨이 주전 라인업에 들어온 수비력도 지난해에 비해 훨씬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정작 다저스 최고의 장점이었던 마운드는 아직도 물음표가 많다.
부상 이탈 공백이 크다. 스프링캠프 돌입 전 생각했던 구상과는 많은 것이 어긋났다.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와 ‘스리펀치’를 이루는 류현진은 어깨 통증으로 개막 로스터에서 빠진다. 당장 선발 한 자리가 빈 가운데 이를 누가 메우느냐는 아직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았다. 시즌 극초반은 5명의 선발투수가 필요 없지만 류현진의 복귀가 지연될 경우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불펜이다.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기도 전 팀의 마무리인 켄리 잰슨이 발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5월까지는 보기 힘들 공산이 크다. 그나마 마무리 경험이 있어 대체자원으로 떠올랐던 브랜든 리그도 어깨가 좋지 않다. 가뜩이나 약한 불펜에 더 큰 구멍이 생겼다. 다른 후보자들도 고만고만하다. 확실한 믿음을 심어줄 만한 선수는 없다. 매팅리 감독이 집단 마무리 체제를 시사한 이유다. 고육지책이지만 흔들릴 여지가 너무 큰 전략이다.
지역 언론인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는 3일 다저스의 마운드를 점검하면서 “류현진이 빠진 선발진의 공백도 크지만 정작 큰 문제는 불펜”이라면서 “J.P 하웰, 조엘 페랄타, 후안 니카시오, 크리스 해처, 브랜든 리그, 더스틴 맥고완까지 6명 불펜 선수들의 평균자책점은 도합 7.71에 이르렀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1.62였다”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맥고완은 방출됐고 리그는 부상자명단(DL)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몇몇 베테랑 요원들을 싼값에 영입하고 있지만 그들도 타 팀에서 다 방출된 이유가 있는 이들이다.
이에 대해 매팅리 감독은 “불펜 구성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 앞쪽과 뒤쪽 모두 많은 선수들이 있다. 우리는 잘 던지는 투수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라고 짐짓 여유를 부렸다. 정규시즌 시작 직전 가장 컨디션이 좋은 ‘7명’의 투수를 쓰면 된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젊은 선수들 중 상승세를 기대할 만한 자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7명’의 수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의 눈높이에 맞을지는 극히 미지수다. 다저스의 마운드는 매팅리 감독의 말대로 정말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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