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플로리다’ 강정호, PIT 최고 이슈메이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04 06: 02

40일을 넘게 머물렀던 플로리다는 ‘약속의 땅’이 됐을까. 강정호(28, 피츠버그)가 정들었던 플로리다 날씨와 작별을 고하며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시범경기 성적을 놓고 논란은 있지만 그가 피츠버그 최고의 이슈메이커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피츠버그는 3일(이하 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탬파의 조지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시범경기(2-6패)를 마지막으로 플로리다 일정을 마무리했다. 총 26경기에서 15승11패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한 피츠버그는 이제 브래든턴의 캠프를 떠나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피츠버그는 4일과 5일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필라델피아와 두 차례 경기를 더 가진 후 7일 신시내티와 올 시즌 개막전을 갖는다.
강정호로서는 플로리다를 떠나는 감회가 더 새로울 법하다. 피츠버그와 계약을 확정지은 뒤 강정호는 친정팀 넥센의 애리조나 캠프에서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넥센이 2차 전지훈련을 떠나자 곧장 플로리다로 향해 개인훈련을 했다. 피츠버그의 야수들은 2월 말에나 합류했지만 강정호는 그보다 일찍 먼저 결전지에 입성해 땀을 흘린 것이다. 40일 넘는 기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일이 더 많았다.

피츠버그가 올 오프시즌에 쏟은 가장 큰 투자인 만큼 일거수일투족이 큰 관심을 받았다. 피츠버그 내야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자원으로 이름을 널리 떨쳤다. 스프링캠프 초반에는 현지 언론의 보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선수이기도 했다. 첫 경기였던 3월 3일 토론토전에서 홈런포를 터뜨린 것은 이런 관심에 불을 붙였다. “한국에서 온 장타력 있는 유격수”라는 것만을 알고 있었던 그들에게 확실히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홈런이었다.
반대로 타격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다른 방향에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강정호의 방망이가 아직 메이저리그(MLB)에 적응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차라리 이런 상황에서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타격시 다리를 들어올려 타이밍을 잡는 레그킥 동작은 MLB 전체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닐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는 25인 로스터에 포함될 것”,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의 레그킥은 전혀 문제가 없다”라는 인터뷰로 강정호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안정적인 수비도 화제를 모았다. 강정호는 시범경기 초반 유격수로 출전했으나 이후 3루와 2루로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일단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의 활용을 구상하고 있는 피츠버그의 시험대였다. “강정호가 어느 포지션에서 선발 출전한다”라는 것은 현지 언론의 단골 기사 메뉴였다. 당초 “수비가 약점”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그런 선입견을 점차 지우는 데도 성공했다. 유격수 외의 수비 포지션에서도 비교적 무난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2일 볼티모어전에서 보여준 엄청난 점핑 토스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트위터에도 소개되며 수많은 찬사를 받기도 했다.
막판에는 신인왕 후보로 또 한 번 이슈메이커가 됐다. 미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을 비롯, CBS스포츠, 그리고 MLB 라디오 방송에서도 강정호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 중 하나로 지목됐다. 강력한 외야 구성 외에 피츠버그의 선수가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파트였다. 이런 이야기들이 연이어 나온 까닭에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를 대표하는 스타 중 하나가 됐다.
물론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뉴욕포스트는 3일 피츠버그의 시즌 프리뷰에서 강정호를 알아야 할 선수로 소개하며 “많은 관계자들은 강정호의 힘이 MLB에서 얼마나 통할지 호기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금의 페이스에서 좀 더 힘을 낼 수 있다면, 강정호는 생각보다 높은 위상으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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