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밴와트, 구속 찾아야 힘 얻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04 06: 10

SK 외국인 에이스 트래비스 밴와트(29)가 부진하다. 시즌 초반 난타를 당하며 지난해 쌓았던 ‘승리 요정’의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구속’이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밴와트의 올 시즌 행보는 힘겨울 수도 있다.
밴와트는 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4⅓이닝 동안 8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부진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4이닝 4실점을 한 것까지 생각하면 두 경기 연속 부진이다. 밴와트가 선발로서 제 몫을 못한 SK는 3일 경기에서 3-14로 참패를 당했다. 타선도 답답했지만 밴와트의 투구 내용도 면죄부를 줄 만한 부분이 많지 않았다.
그는 한국무대 초짜가 아니다. 기량이 검증된 선수다. 지난해 중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11경기에서 9승을 쓸어 담았다. 최고의 활약이었다. SK의 뒤늦은 4강 도전은 밴와트를 빼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연봉이 대폭 오른 계약서에 사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반 출발은 좋지 않다. 밴와트에게 기대를 걸었던 SK 코칭스태프의 계산도 어긋났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3일 경기에서는 몸쪽 제구가 잘 되지 않은 부분은 있었다. 이를 눈치 챈 포수 정상호의 리드도 대부분 바깥쪽이었다. 변화구가 높게 떨어지는 실투도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힘에서 상대 타자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넥센 타자들은 밴와트의 빠른 공을 끈질기게, 그리고 비교적 여유있게 커트해냈다. 그리고 높게 떨어지는 변화구나 몰린 빠른 공을 여지없이 받아쳐 장타를 날렸다. 지난해에 비해 쉽게 밴와트를 상대하는 모습이었다.
구속의 감소는 눈여겨볼 만하다. 한창 좋을 때 밴와트의 구속은 150㎞ 정도까지 나온다. 지난해 한 경기의 투구분석표를 살펴보면 밴와트의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49㎞, 평균은 145㎞였다. 커브 최고 구속은 120㎞, 슬라이더는 133㎞, 체인지업은 134㎞다. 그러나 지난 두 경기는 이런 수치에서 상당 부분 동떨어져 있다. 삼성전, 넥센전 모두 최고 구속은 145㎞에 불과했다.
3일 넥센전에서는 대다수의 빠른 공이 140㎞대 초반에 들어왔다. 이 정도의 구속으로 상대를 압도하기는 힘들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최고 구속도 131㎞로 지난해에 비해 떨어졌다. 2~3㎞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밴와트의 구속이 지난해에 비해 4~5㎞는 줄어들었다. 힘이 떨어진 느낌이다”라고 의아해했다. 시범경기 당시 밴와트를 상대한 한 타자 역시 “아직 시범경기라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이 정도 구속 저하는 눈에 띈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의 여파가 있는 것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 밴와트는 김용희 감독의 배려 속에 메이저리그식 스프링캠프를 치렀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는 등판하지도 않았다. SK의 선발투수들이 모두 그렇듯 타 팀 투수들에 비해서는 속도가 늦다. 아직 100개를 완벽한 상태에서 던질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 김용희 감독은 그 시점을 4월 중순 이후로 계산하고 있다. 한 시즌을 멀리 보고 충분히 안배를 해주겠다는 계산이다.
즉, 구속은 시간이 갈수록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에 힘이 붙는다면 밴와트의 최고 장점인 다양한 변화구 구사능력과 좌우 코너워크가 빛을 발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 폭이 적다면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낼 수 있다. 이미 밴와트의 장점과 단점은 모두 파악이 됐다. 때로는 힘으로 그 분석을 깨뜨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밴와트가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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