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후반기 막강한 위용을 뽐내던 SK 타선이 아직 겨울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다. 빈타에 허덕인 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중이다. 악재도 적지 않아 쉽지 않은 행보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SK는 3일까지 1승3패를 기록하며 초반 페이스가 더딘 편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역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타선의 빈공이다. SK는 4경기를 치른 현재 팀 타율이 1할9푼4리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265)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일뿐더러 유일한 1할대 팀이기도 하다. 출루율(.284), 장타율(.323) 역시 꼴찌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잘 맞을 때가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팀 전체가 이 사이클을 같이 타서는 곤란하다. 내려가는 주기의 선수가 있으면 반대로 올라가는 주기의 선수가 있어야 상쇄가 된다. 지금 SK는 모두의 타격감이 바닥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시범경기 때부터 이런 저조한 타격감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반 침체가 너무 길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난해 후반기와 비교하면 의아할 정도다. SK 타선은 지난해 후반기 리그 최고 중 하나였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싸운 전력임에도 그 정도였다. 이재원 이명기 김성현 등 신예 선수들이 맹타를 휘둘렀고 박정권 김강민 임훈 최정 등 기존 선수들이 든든하게 중심을 잡았다. 하모니가 매끄러웠다. 이 멤버가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브라운)가 가세했으니 지난해 이상의 기대를 모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정반대다. 주축 타자들 중 상당수가 1할대다. 리드오프 이명기(.154)를 비롯, 임훈(.125) 브라운(.167) 나주환(.167) 등이다. 시범경기 당시 페이스가 좋았던 박계현은 9푼1리, 김용희 감독과 김무관 타격코치의 최대 기대주였던 정상호는 8푼3리다. 3일 목동 넥센전에서 2개의 홈런을 몰아친 이재원(.308) 정도가 분전 중인 셈이다.
김용희 감독의 진단은 부담감과 조급함이다. 아직 팀 타선 전체가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SK의 올 시즌 헛스윙 비율은 무려 11%로 압도적인 1위다. 조급한 마음 때문에 유인구에 방망이가 따라 나가는 경우가 잦다. 득점권 타율(.182) 역시 9위로 힘을 못 쓰고 있다. 안 맞는 상황에서 주자를 불러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시달리는 탓이다. 저조한 성적에 선수들의 얼굴 표정도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빨리 끊을 필요가 있다.
문제는 상황 자체가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2번 타순에서 확실한 몫이 기대됐던 김강민은 시범경기 도중 도루를 하다 무릎을 다쳐 결장하고 있다. 1일 경기에서는 김성현이, 3일 경기에서는 나주환이 경기 중 다치기도 했다. 컨디션 유지에 방해가 된다. 최정 박정권은 가벼운 부상으로 충분히 감을 끌어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시즌에 돌입했다. 봄부터 치고 나가는 선수들은 아닌 만큼 좀 더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쉽지 않은 과제를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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