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강자 박한이 빠진 삼성은 '상상 불가'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04.04 06: 11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 주인공은 '꾸준함의 대명사' 박한이(36, 삼성 외야수). 3일 잠실 LG전서 박한이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박한이는 1회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시작으로 2회 투수 앞 땅볼, 6회 좌익수 플라이, 8회 좌익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3-3으로 맞선 삼성의 10회초 공격. 구자욱과 박해민의 연속 안타에 이어 이지영의 희생 번트로 1사 2,3루 기회를 마련했다. 김상수가 2루 땅볼로 물러났고 야마이코 나바로가 고의4구를 얻어 1루로 걸어나갔다. 2사 만루.
앞선 4차례 타석에서 침묵을 지켰던 박한이는 LG 소방수 봉중근의 4구째를 그대로 받아쳐 중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박해민과 구자욱은 여유있게 홈을 밟았고 상대 수비 실책까지 겹쳐 1루 주자 나바로는 홈까지 파고 들었다. 박한이는 '소리없는 강자'답게 한 방이 필요한 순간 천금같은 적시타를 날리며 벤치의 기대에 보답했다. 곧이어 박석민이 좌익선상 2루타를 때려 1점 더 추가했다. 승기를 되찾은 삼성은 소방수 임창용을 투입해 7-3 승리를 지켰다. 지난달 31일 수원 kt전 이후 3연승 질주.

박한이는 경기 후 "내 앞에서 고의4구가 나와서 그런지 기분이 약간 묘했다. 오늘 앞선 타석에서 안타 하나도 못쳤기 때문에 나한테 초점이 맞춰진다고 생각하면서 타석에 섰다"면서 "볼카운트가 밀리면서 무조건 맞힌다는 생각으로 타격했는데 실투가 들어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타구가 나가면서 '해냈구나'하는 생각보다는 '천만 다행이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중일 감독은 "10회에 박한이가 정말 큰 것을 하나 쳐줬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부산고와 동국대를 거쳐 2001년 삼성에 입단한 박한이는 데뷔 첫해 117안타를 때린 뒤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2003년에는 최다 안타 1위(170개)에 등극하기도 했다. 2007년과 2011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타율 2할7푼 이상을 기록했고 지난해를 포함하면 3할 타율을 넘긴 것도 7차례나 된다.
"삼성 라이온즈의 역사는 박한이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는 구단 관계자의 말처럼 팀내에서 박한이가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높다. 삼성은 박한이가 입단하기 전까지 우승에 목말랐다.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기 일쑤였다. 삼성은 박한이 입단 이후 7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우승의 순간마다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언젠가 류중일 감독은 "투수들은 이닝 소화 능력으로 꾸준함을 가늠하지만 야수들은 그렇지 않다"며 "내가 봤을때 야수 가운데 박한이가 가장 꾸준하게 잘 해준다. 팀내 공헌도 1위를 꼽는다면 박한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동안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던 박한이. 하지만 그가 빠진 삼성은 상상 조차 하기 힘들다. 팀이 필요할때마다 한 방을 날려주는 박한이. 그가 '꾸준함의 대명사' '소리없는 강자'라 불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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