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투가 한두 개는 들어오는데…".
한화 4번타자 김태균(33)은 시즌 초반 상대팀들로부터 집중견제를 받고 있다. 5경기에서 9개의 볼넷을 얻어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개막 후 5경기 모두 볼넷으로 출루했다. 9타수 2안타로 타율은 2할2푼2리이지만 볼넷 9개의 영향으로 출루율은 무려 5할7푼9리에 달한다. LG 김용의와 이 부문 공동 1위다.
이처럼 김태균이 좀처럼 방망이 휘두를 기회가 없는 것은 5번 타순 문제 때문이다. 5번 타순에서 김회성이 8타수 1안타, 나이저 모건이 6타수 1안타, 송광민이 2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블랙홀'이 되고 말았다. 5번 타순만 가면 타자들이 침묵한 탓에 상대는 굳이 4번 김태균과 굳이 승부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 바람에 김태균도 제대로 타격에 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 3일 마산 NC전에서 중월 2루타로 첫 장타를 때렸지만 전반적인 타격 감각은 좋지 못하다. 상대가 제대로 승부를 걸어오지 않는 탓에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데 애먹는 모습이다.
하지만 김태균은 어떠한 핑계나 변명없이 '내 탓이오'를 외쳤다. 그는 "내가 못 쳐서 그런 것이다. 아무리 견제를 하더라도 상대 투수의 실투가 한두 개는 온다. 그런 실투를 쳐야 하는데 지금은 타격 밸런스가 별로다. 안타가 돼야 할 것이 파울이 되고 하다 보니 계속 볼넷을 얻어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타자라면 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마련이다. 상대가 승부를 피하더라도 배트가 나가는 게 타자의 속성이지만 김태균은 익숙하면서도 놀라운 인내력으로 공을 고르고 참는다. 그는 "감이 좋을 때에는 어떤 공이든 칠 수 있지만 안 좋을 때 막치면 팀 상황을 더욱 안 좋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떨어진 감을 찾기 위해 전에 하지 않았던 변화도 감행하고 있다. 무거운 배트를 애용해 왔던 김태균이지만 현재 배트 무게를 880g으로 줄인 것이다. 김태균은 "880g 배트는 최고 낮출 때 쓰는 것이다. 보통 힘이 떨어질 때 쓰는데 시즌 시작을 이 무게로 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렇게 시작을 했으니 무게를 유지해가야 한다"고 밝혔다.
주장으로서 앞장서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김태균의 몫.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공수교대 시간에 야수들을 모아 파이팅을 내는 것도 김태균이다. 그는 "시즌 초반이라 이래저래 정신이 없을 수 있다. 늘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부터 파이팅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달갑지 않은 볼넷 1위에도 김태균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팀의 중심을 잡아준다. 어떤 상황과 조건에도 굴하지 않는 '캡틴'의 진면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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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