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다른 걸로 문제가 생기면 나와 헤어질 것이다.”
류중일 감독의 충격요법 때문일까. 삼성 라이온즈 신예 구자욱(22)이 훨훨 날고 있다. 구자욱은 지난 1일 수원 kt전에서 1군 무대 첫 홈런을 터뜨린 것에 이어 3일 잠실 LG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 2회초 LG 강속구 투수 헨리 소사의 147km 패스트볼에 우월 투런포를 터뜨리며 삼성의 기선제압을 이끌었다. 시즌 타율 3할5푼(20타수 7안타). 이제 겨우 5경기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시작된 상승세를 실전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구자욱의 활약으로 삼성은 채태인의 부상 공백을 극복 중이다. 지난해 채태인은 중심타선에서 타율 3할1푼7리 홈런 14개 99타점으로 맹활약했다. 1루수로서 포구 능력 또한 리그 최정상급으로 삼성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하지만 채태인은 지난해 12월 18일 왼쪽 무릎 추벽 제거 수술을 받으며 시즌 준비가 늦어졌다. 시범경기에 나섰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현재 재활군에 있다. 구자욱이 아니었다면, 삼성의 시즌 출발이 이렇게 원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삼성은 지난 3일까지 2015시즌 첫 5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류중일 감독의 밀당이다. 류 감독은 지난겨울부터 상무에서 전역하고 돌아온 구자욱에 대한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향후 삼성 타선을 이끌 선수라고 지목했고,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 LG 박용택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구자욱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연일 맹활약하며 류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구자욱은 삼성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였다.
류 감독은 지난 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때 한국에선 온통 구자욱에게 관심이 집중됐다더라. 우리야 일본에 있으니까 잘 모르고 있었는데 대단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구자욱은 실력과 더불어 모델 뺨치는 외모로 야구팬들의 관심을 독점했다.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과거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왕에 도전했을 때처럼, ‘삼성=구자욱’ 공식이 성립됐다. 1군 무대 경험이 전무한 선수가 이러한 관심을 받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그러자 류 감독은 처방에 나섰다. 구자욱이 들뜨지 않도록 충격요법을 들고 나왔다. 류 감독은 “캠프가 끝나고 자욱이를 따로 불러서 ‘운동만 해라. 혹시 다른 걸로 문제가 생기면 나와 헤어질 것이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다”고 웃었다. 이어 류 감독은 “그런데 알아보니까 술도 거의 안 하는 것 같더라. 성실한 선수다”고 구자욱을 칭찬했다.
물론 1군 무대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구자욱은 타석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으나, 수비에선 고전 중이다. 1루수로서 좌타자의 강한 타구를 처리하는 부분에서 애를 먹고 있다. 벌써 실책 2개를 기록했다. LG와 경기에서도 8회말 첫 타자 이병규(7번)의 타구를 놓치면서 만루위기로 몰렸다. 안지만이 위기를 극복하지 않았다면, 구자욱은 비난을 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구자욱은 이날 경기서 7-3으로 승리 한 후 “태어나서 처음으로 잠실에서 경기를 했는데 홈런을 쳐서 기쁘다”면서도 “하지만 이후 내 실수로 경기가 이상해졌다. (박)근홍이형한테 미안하고, 끝까지 틀어막아준 안지만 선배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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