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 리그의 최다 출장 투수는 진해수(SK)였다. 그는 무려 75경기에 출전했다. 128경기 중 진해수가 던진 경기는 58.6%였다.
실제로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진 것이 75경기였고, 몸을 풀었다가 상황이 변해 등판하지 않은 경기까지 합하면 웬만한 주전급 야수들의 출장 경기 수와 비슷했을 것이다. 본인은 괜찮다고 했으나 피로가 누적되지 않을 수 없었다. 평균자책점은 7.16으로 치솟았고, 이만수 전 감독도 진해수를 비롯한 불펜 투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진해수는 이번 시즌에도 5경기 중 3경기에 나왔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전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권혁(한화)이다. 권혁은 팀이 치른 5경기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번 던졌고, 홀드도 2차례 올렸다. 2승 3패를 하고 있는 한화는 권혁이 홀드를 해낸 경기에서만 승리했다. 4⅓이닝 동안 피안타율이 2할3푼5리로 높은 편은 아니고, 몸에 맞는 볼 하나가 있었지만 볼넷은 허용은 없었다.

그러나 투구 내용이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8일 목동 넥센전에서 피홈런 포함 1이닝 2피안타 2실점했고, 최근 등판인 3일 마산 NC전에서는 ⅓이닝 1피안타 1실점했다. 3실점 중 2점은 다음 투수가 권혁의 책임 주자를 불러들인 것이긴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6.23으로 높다.
올해 권혁이 얼마나 많은 경기에 나서게 될지도 관심사다. 특히 한화 불펜은 아직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권혁이 막아줘야 할 상황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권혁이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은 2009년(63경기 80⅔이닝), 제일 많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2012년(64경기 49⅓이닝)인데, 올해 자신의 최다 출장과 최다 이닝을 모두 갈아치우게 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물론 80⅔이닝을 넘기는 힘들다. 권혁이 경기 당 1이닝 이상 막아낸 것은 2010년(60경기 73⅓이닝)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64경기 이상 부름을 받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특히 삼성 시절보다 쓰임새가 커졌고, 정규시즌 일정도 144경기로 확대되어 김성근 감독은 위협적인 좌타자를 만날 때마다 권혁을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개막 2연전 뒤 하루를 쉬고 주중과 주말에 각각 한 번씩 우천 취소가 생겨 체력을 비축한 점은 호재다.
권혁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서 공을 던진 투수는 9명(4경기)이다. 이들 중 전 경기에 출장한 투수는 없다. 다만 권혁보다 책임진 이닝이 많은 투수는 둘 있다. 바로 정찬헌(LG, 6⅔이닝), 이정민(롯데, 5⅓이닝)이다. 최영필(KIA)은 권혁과 이닝 수가 같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고효준(SK)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복귀했으나 이렇게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명예회복을 노리는 고효준은 벌써 3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발 등판은 한 번도 없었지만 6⅔이닝으로 많이 던졌다. 평균자책점 12.15로 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제 페이스를 찾으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천후로 던지던 2009~2011년의 활약상을 재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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