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위에 경기장을 올려놓은 듯한 넓은 시야에 골 냄새까지 잘 맡는다. 문전에서의 침착성은 덤이다.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26, 스완지 시티)의 얘기다.
기성용은 5일(한국시간) 새벽 웨일스 스완지 리버티 스타디움서 끝난 2014-20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헐 시티와 홈경기서 선발 출전해 전반 18분 리그 7호 골이자 팀의 선제골을 넣으며 3-1 승리를 지휘했다.
기성용의 득점 본능이 다시 한 번 진면목을 발휘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지 18분 만에 팽팽한 균형을 깼다. 전반 18분 존 조 셸비의 중거리 슈팅을 상대 골키퍼인 앨런 맥그레거가 손으로 쳐내자 기성용이 지체없이 문전으로 침투해 왼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했다.

삼박자가 빛났다. 동료의 중거리 슈팅에 곧바로 문전으로 침투했다. 골 냄새를 맡는 위치선정은 탁월했고, 침착한 마무리는 돋보였다. 걸출한 공격수만이 갖출 수 있는 득점의 삼박자 능력이다.
공격수도 해결이 쉽지 않았을 장면이다. 셸비의 빨랫줄 같은 중거리 슈팅을 멕그레거가 쳐냈고, 운좋게 기성용의 발 앞에 떨어졌다. 조금만 늦게 반응했더라면 무위에 그쳤을 공산이 높다. 하지만 기성용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왼발을 정확히 갖다댔고, 기어코 골망을 흔들었다.
웬만한 공격수보다 골 냄새를 잘 맡고 침착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기성용은 이날 골로 시즌 7호 골을 기록했다. 7골 모두 허투루 넣은 것이 없다. 침투, 위치 선정, 마무리까지 모두 탁월했다. 기성용은 리그에서 팀 내 최다 득점자 위치도 더욱 공고히 했다. 2위 바페팀비 고미스와 질피 시구르드손(이상 5골)과 2골 차다.
기성용의 득점 능력은 비단 소속팀에서만 빛나지 않는다. 리그 전체로 눈을 돌려도 다르지 않다. 7골은 산티 카솔라(아스날), 피터 크라우치(스토크 시티) 등 리그 정상급 공격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세계적인 중앙 미드필더 야야 투레(7골, 맨체스터 시티)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오스카(첼시), 스티븐 제라드, 라힘 스털링(이상 리버풀, 이상 6골) 등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보다 더 뛰어난 수치다.
바야흐로 만능맨으로 거듭난 기성용의 시대다.
dolyng@osen.co.kr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