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10분 정도 남기고 고비가 왔다. 흐름을 봤을 때 고비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대비했다."
권순태(31, 전북 현대)의 눈부신 선방쇼가 전북에 승리를 안겼다. 전북은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홈경기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리그 개막 후 3승 1무(승점 10)를 기록한 전북은 1경기를 덜 치른 울산 현대(승점 7)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전북은 포항전 강세의 면모를 이어갔다. 지난해 중반까지 포항에 6연패를 당했던 전북은 8월 대결에서 승리한 후 이날 경기까지 4경기 연속 무패(3승 1무)를 기록했다. 또한 최근 19경기 연속 무패(14승 5무)와 홈 10경기 연속 무패(8승 2무)도 기록했다.

전북전 무승의 사슬을 끊기 위한 포항의 공세는 경기 초반 뜨거웠다. 하지만 포항의 공세는 골문에서 항상 막혔다. 전북의 수문장 권순태는 포항의 어떠한 공격에도 골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경기 종료 10분여를 남기고 시작된 선방쇼다. 포항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 경기 막판 모든 전력을 쏟아 부었다. 특히 후반 37분 티아고의 감아찬 프리킥과 후반 45분 아크 오른쪽에서 손준호가 시도한 강력한 슈팅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권순태는 모든 공을 처리했다.
권순태는 "1-0으로 이기고 있을 때 항상 경기 종료 10분 정도를 남기고 고비가 왔다. 그런 상황에서의 영상을 다시 보면서 대처 방법도 고민했다. 포항전도 흐름을 봤을 때 고비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대비를 했고, 운이 좋게 슈팅이 손에 걸리면서 이겼다"고 밝혔다.
전북에 후반 막판 공세를 허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북은 후반전에도 경기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을 경우 공격적인 변화를 꾀한다. 이날 후반 8분 이동국을 투입해 투톱 체제로 변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격진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역습을 내주는 경우도 많다.
권순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항상 역습을 맞는 것을 생각한다"고 밝힌 권순태는 "수비수들이 누가 올라갈 경우 다른 사람은 꼭 내려오라고 주문을 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공격에 중점을 두면 뒷공간이 열린다. 대비를 위해 수비진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북의 수비라인은 계속 변한다. 시즌 개막 후 선수들의 부상과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인해 '확정'된 자리는 없는 상황이다. 이날도 최철순의 부상으로 김기희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골키퍼로서는 매일 똑같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해 애를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권순태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어려움보다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도 있고, 바뀌는 선수도 있다.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으면 큰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공격적인 선수가 들어오면 뒷공간을 허용하는 것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19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했다. 이제 K리그 최다 연속 무패(21경기)까지 2경기가 남았다. 연승 기록이 아닌 무패 기록인 만큼 수비진과 골키퍼의 책임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권순태는 "신경을 쓰면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기록과 관련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우리가 지지 않는다는 생각만 해야 한다"며 "기록이 걸린 경기가 되면 선수들 모두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일단 내가 뒤에서 열심히 막고, 조직력을 다져서 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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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