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마무리투수 봉중근(35)이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첫 번째 등판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봉중근은 지난 3일 잠실 삼성전에선 연장 10회에 결승타를 내줬다. 다음날에는 9회초 3-0 리드 상황에서 등판했는데, 투런포를 맞아 2실점하며 가까스로 세이브를 올렸다. 당시 LG 투수진은 팀 노히트노런을 노리고 있었으나, 봉중근으로 인해 대기록에 닿지 못했다. 이로써 봉중근은 2015시즌 첫 3경기에서 1⅓이닝 동안 5실점했다. 평균자책점이 33.75에 달한다.
마무리투수의 부진은 치명적이다. 마무리투수가 승리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포수는 물론, 투수 뒤의 야수들도 부담 속에서 수비에 나선다. 반대로 상대팀 타자들은 경기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역전승을 노린다. 마무리투수의 안정감에 따라, 경기 흐름이 달라진다.
LG는 불펜이 강한 팀이다. 2년 연속 불펜진 평균자책점 리그 1위에 자리하며 굳건한 승리공식을 써왔다. 봉중근이 계속 부진하다면, 현재 가장 구위가 좋은 셋업맨 이동현이나 정찬헌이 9회를 책임지는 것도 가능하다. 패스트볼 구속만 놓고 보면 이동현과 정찬헌이 봉중근보다 뛰어나다. 둘은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할 수 있는 포크볼도 구사한다. 특히 정찬헌은 지난해부터 이미 ‘미래 마무리투수’로 낙점됐다.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 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여전히 봉중근을 믿고 있다. 양 감독은 4일 경기가 끝나고 “중근이가 마음의 부담은 있겠지만, 구위가 좋아지고 있다. 꾸준히 기용하겠다”며 “점점 좋아지고 있다. 겨울에 포크볼을 개발한 만큼, 자신의 것을 새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봉중근은 지난겨울 구종추가에 매진했다. 2014시즌 좌타자에게 약했던 것을 극복하기위해 슬라이더를 연습했고, 포크볼 습득을 통해 결정구를 늘렸다.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세 가지 구종만 던졌던 투수에서 벗어나려고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양 감독의 이야기처럼, 최근 봉중근의 부진은 자신 만의 새로운 투구패턴을 정립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지난 4일 삼성전에서 최형우에게 홈런을 맞았을 때의 구종은 포크볼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투구템포가 느리고, 체인지업을 아끼고 있는 것은 새로운 무기가 아직 몸에 맞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봉중근은 2012시즌 무려 10년 동안 반복됐던 LG 마무리투수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선발투수에서 마무리투수로 전환한 당해 27번의 세이브 찬스에서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로 LG의 승리를 지켰다. 2013시즌에는 38세이브 평균자책점 1.33, 2014시즌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0로 3년 연속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봉중근이 마무리투수를 맡으면서 LG는 불펜진이 강해졌고, 암흑기서도 탈출했다.
이제 겨우 6경기했다. 벌써부터 마무리투수를 바꾸고 불펜진을 재편하는 것은 팀 전체에 혼란만 가중시킨다. 이미 LG 불펜진은 확실한 메뉴얼이 만들어진 상태다. 무엇보다 봉중근을 대신할 마무리투수의 활약도 장담할 수는 없다. 마무리투수는 구위만으로 해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150km 공을 던져도 소용없다.
봉중근은 2014시즌에도 슬럼프를 겪었다. 7월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그러나 이후 8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곧바로 페이스를 찾았다. 실패 후 반등하는 법을 안다. 지금의 부진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봉중근에게 만회할 시간을 주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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