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래다' LG, 신구조화 신바람 분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4.05 08: 45

마침내 신구조화가 보인다. LG 트윈스가 20대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을 꺾었다. 물음표가 가득했던 선발 라인업이 대적중했다.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LG는 지난 4일 잠실 삼성전에서 3-2로 승리, 전날 연장전 패배의 아쉬움을 씻었다. 선발투수에 임지섭, 3루수에 양석환, 그리고 포수로 유강남이 나섰는데 이들 모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 주인공은 임지섭이었다. 임지섭은 7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무려 9개의 탈삼진을 올리며 선발승에 성공했다. 사사구 6개는 과제로 남아있지만, 사사구 이후 대처능력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선발 등판까지 임지섭은 연속 볼넷을 범하거나, 볼넷 후 제구를 잡다가 장타를 허용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선 볼넷 후 다음 타자들을 모두 처리했다. 1회초에 박한이를 볼넷으로 출루시켰지만, 박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초에 이승엽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가, 구자욱과 박해민을 연속으로 삼진 처리했다. 3회초도 나바로에게 볼넷을 범한 후 박한이를 2루 땅볼, 4회초 박석민에게 볼넷 후 내리 세 타자를 범타로 묶었다. 6회초 나바로에게 볼넷 후 박한이를 삼진, 박석민도 볼넷 후 최형우에게 2루 땅볼을 유도했다.   
경기 후 임지섭은 “KIA전에선 너무 제구에 의식하면서 살살 던졌는데 오늘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지섭은 지난달 29일 광주 KIA전에선 패스트볼 구속이 145km를 밑돌았다. 볼넷을 피하기 위해 제구를 잡는 데에 초점을 맞췄는데 큰 소득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날은 투구폼에 변화를 줬다. 와인드업시 한 템포를 늦추면서도,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꾸준히 145km 이상의 강속구를 구사했고, 최고구속은 148km를 찍었다. 정말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필요할 때는 140km 초반대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에 넣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임지섭은 “와인드업시 볼넷이 나오기는 했는데 이닝이 거듭될수록 나름대로 조절을 했다. 내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강한 팀을 이겼기 때문에 큰 자신감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백업포수 유강남은 임지섭의 호투를 이끌었다, 안정된 미트질과 강하고 정확한 2루 송구로 임지섭을 완벽하게 지원했다. 삼성이 주자 1루에서 총 세 차례 작전을 걸었는데, 유강남이 이 중 두 번을 저지했다. 타석에서도 4회말 피가로의 강속구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허구연 해설위원은 “유강남이 정말 잘했다. 이렇게 안정된 수비를 펼칠 줄은 몰랐는데 대단한 활약을 해줬다”고 유강남을 높게 평가했다. 양상문 감독은 “강남이가 지섭이와 애리조나부터 꾸준히 짝을 이뤘었다. 그래서 오늘 한 번 둘을 붙여봤는데 결과가 좋다. 다음에 지섭이가 선발 등판할 때에도 강남이를 출장시키려고 한다”고 임지섭-유강남 배터리를 예고했다.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선발출장한 2년차 양석환도 놀라움을 선사했다. 연타석 안타를 터뜨리며 양상문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았다. 첫 타석에선 피가로의 패스트볼을 안타로 연결시켰고, 두 번째 타석에선 변화구를 공략했다.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외야플라이에 진루했고, 3루 수비도 무난했다.
양석환은 첫 번째 안타를 두고 “피가로가 빠른공에 자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앞에 두 번 변화구가 왔지만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번은 빠른 공이 올 것 같았다”고 했다. 두 번째 안타를 친 순간에 대해선 “피가로가 땅에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지는 않더라. 그래서 2스트라이크에 변화구가 와도 맞힐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양 감독은 “타격에 기대가 있었는데 고맙게도 잘 해줬다. 찬스를 살리는 모습이나 2스트라이크에서 치는 모습들을 보면 감각이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오지환은 이번에도 뜨거웠다. 3회말 2사 3루에서 피가로가 던진 몸쪽 바짝 붙인 강속구를 완벽한 2루타로 만들었다. 오지환의 한 방으로 LG는 선취점에 성공했고, 곧이어 정성훈의 적시타까지 터지며 분위기를 가져갔다. 지난해까지 오지환의 약점은 패스트볼이었다. 스윙이 크게 돌아 나왔고, 한 가운데로 몰린 패스트볼에도 헛스윙했다. 그동안 삼진이 많았던 이유 역시 선구안 문제가 아닌 스윙궤적의 문제였다.  
그러자 오지환은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으로 타격폼을 수정했다. 상체와 하체 움직임을 뜯어 고쳤고, 스윙궤적을 최소화한 타격을 완성했다. 시범경기부터 맹활약했고, 시즌에 들어가서도 타율 3할6푼4리 출루율 4할8푼1리의 특급 리드오프가 됐다. 유격수 수비는 이미 의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올라왔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대로라면 2015시즌 유격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LG는 지난 4일까지 2승 4패로 하위권에 있다.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불안하고, 중심 타선도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중이다. 부상으로 인해 100%전력도 아니다. 하지만 시즌은 길다. 이제 겨우 6경기 했다. 아직 138경기나 남았다. 젊은 선수들이 이렇게 유쾌한 반란을 이어간다면, 베테랑들이 페이스를 올리고, 부상선수가 돌아오는 5월에는 무섭게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이미 오지환과 정성훈(출루율 0.556) 테이블세터 라인은 올 시즌 모든 경기에서 1루를 밟았다.
양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경기에 앞서 (박)용택이가 와서 팀에 힘이 되어주었다. 큰 이병규도 덕아웃에서 후배들에게 파이팅을 불어 넣었다. 오늘 젊은 선수들이 많이 선발 출장했는데 베테랑들로 인해 젊은 선수들이 잘 뛸 수 있었다”고 이병규(9번)와 박용택 두 베테랑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베테랑 의존도가 높았던 LG에 신구조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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