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스타트가 썩 좋지 않았던 한국프로야구의 두 간판타자가 서서히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병호(29, 넥센)와 최정(28, SK)이 그 주인공이다. 팀 타선의 짜임새와도 연결되어 있는 만큼 두 선수의 컨디션에 비상한 관심이 몰리고 있다.
박병호와 최정은 올 시즌 출발이 아주 상쾌한 편은 아니었다. 박병호는 한화와의 개막 2연전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8타석에서 볼넷 하나를 골라내는 데 그쳤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8리, 3홈런, 11타점을 기록했음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최정은 아예 개막 2연전에 선발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허리와 손목 부상이 겹쳐 시범경기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타로만 한 타석에 나섰을 뿐이었다.
주말 3연전에 들어올 때까지 박병호의 타율은 8푼3리, 최정은 아예 ‘0’이었다. 중심타자인 두 선수의 부진에 팀 타선도 힘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목동구장에서 열린 주말 3연전에서는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병호는 3일 경기에서 올 시즌 첫 홈런포를 신고했다. 4일 경기에서도 2루타 한 방으로 타점을 기록했다. 최정은 3일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것에 이어 4일 2루타 하나를 신고하며 감을 끌어올렸다.

박병호는 3일 경기에서 감이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물 오른 타격 기술을 제대로 증명했다. 고효준의 140㎞짜리 몸쪽 빠른 공을 기가 막히게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치기 쉬운 코스는 아니었지만 몸의 빠른 회전력을 통해 장타를 만들어냈다. 한 관계자는 “현재 KBO 리그에서 박병호 만이 칠 수 있는 홈런이다”라고 단언했다. 의미가 적지 않은 홈런이었다.
아직 몸 상태가 100%까지 올라오지 않은 듯 보였던 최정도 힘을 냈다. 3일 경기에서 2루타 2개, 4일 경기에서 올 시즌 첫 타점을 기록하며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시범경기와 시즌 개막까지만 해도 좀처럼 타이밍을 맞히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비교적 정확한 타이밍에 방망이에 맞고 있다는 자체가 고무적이다. 목동구장 담장 근처까지 날아가는 큰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4일에는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가벼운 몸놀림을 과시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여러 가지 장애물과 싸운다. 박병호는 상대 투수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그의 뒤를 받쳤던 강정호가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다. 박병호와 굳이 승부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침착함과 냉정함 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최정은 대형 FA 계약을 맺은 뒤 첫 시즌이다. 지난해에는 부상에 발목이 잡혔던 만큼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그러나 팀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박병호는 걸어서도 나갈 수 있는 타자”라며 상대의 집중견제가 박병호의 엄청난 기세를 누르지 못할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김용희 SK 감독도 최정에 대해 “시즌 초반에 다소 부진하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몫을 해줄 수 있는 타자”라고 무한신뢰를 과시하고 있다. 넥센과 SK의 타선은 분명 리그 정상급이다. 그러나 박병호, 최정의 이름이 없는 라인업은 파괴력이 크게 떨어진다.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두 선수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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