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력 증명’ 강정호, 나머지 과제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05 13: 00

강정호(28, 피츠버그)의 시범경기 일정이 끝났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성과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피츠버그가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인 장타력은 증명이 된 가운데 이제 남은 과제를 서서히 푸는 것이 남았다.
강정호는 4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6회 무사 1,2루에서 좌측 방향으로 좋은 타구를 날렸으나 상대 좌익수 벤 르비어가 몸을 날려 잡아내는 바람에 안타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이로써 강정호는 타율 2할(45타수 9안타), 출루율 2할8푼, 장타율 4할4푼4리, 2홈런, 5타점의 성적으로 올 시즌 시범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사다난했던 시범경기였다. 첫 경기였던 3월 4일 토론토전에서 장쾌한 홈런포를 터뜨리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14일 미네소타전부터 25일 볼티모어전까지 5경기 동안 안타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본 포지션인 유격수를 시작으로 3루와 2루 수비에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현지의 찬사와 비판이 동시에 나오기도 했다. 첫 시즌임을 고려하면 무난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주전에 대한 확신을 주기에는 부족한 결과였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피츠버그의 구상과는 어느 정도 부합하는 시범경기 과정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피츠버그는 당초 강정호를 영입할 때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 그리고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활용성’에 주목하고 베팅을 했다. 강정호는 두 명제에서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만하다. 정확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펀치력을 과시했고 유격수·3루·2루를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정호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총 9개의 안타를 쳤다. 그 중 2루타 이상의 장타가 절반을 훌쩍 넘는 6개(2루타 3개, 3루타 1개, 홈런 2개)였다. 순장타율(장타율-타율)은 2할4푼4리로 수준급이었다. 팀 내 신임도 과시했다. 45타석을 소화한 강정호는 팀에서 9번째로 많은 타석에 들어서며 적응의 시간을 가졌다. 클린트 허들 감독 및 구단 수뇌부의 평가도 좋았다. 닐 헌팅턴 단장은 “바람만 아니었으면 더 많은 홈런이 나왔을 것”이라며 강정호의 장타력에 대한 확신을 설명했다.
당초 미지수로 평가됐던 수비 활용성도 합격점이었다. 강정호는 총 13번의 선발출장에서 유격수로 8경기, 3루수로 2경기, 2루수로 3경기에 나섰다. 교체로 출전할 때는 3루수로도 적잖이 출전하며 적응력을 높였다. 교체 출전까지 합치면 3루수로 6경기, 2루수로 4경기였다. 본 포지션인 유격수보다 다른 포지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셈이다. 2루수로 나섰을 때 실책 하나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포지션에서는 비교적 깔끔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벤치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의 시작을 구상하고 있는 피츠버그를 흡족하게 할 수준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MLB 투수들의 수준 높은 공에 적응하는 것이다. 강정호의 빠른 공 대처 능력은 뛰어났다는 평가다. 장타의 대부분이 빠른 공을 공략한 것이었다. 그러나 변화구 대처 능력은 약점을 드러냈다. 16개의 삼진을 당했는데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평가다. 한 방도 중요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믿고 투입할 수 있는 정교함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루 이틀 걸릴 문제는 아닌 만큼 인내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실제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다는 일본프로야구 출신 선수들도 타율 측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기억이 있다.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정도가 예외였다. 일본에서 3할을 쳐 정교함을 뽐낸 선수들이 MLB에서 제대로 된 타격을 보여주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이는 결국 도태로 이어지곤 했다. 시즌 초반에는 제한된 기회로 쉽지 않은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높다. 강정호가 타격 적응기를 빠르게 넘길 수 있을지는 시즌 초반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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