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홈런' 강민호, 부활절에 곰 제물로 완벽 부활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4.05 17: 41

11년 전 떨리는 가슴으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던 강민호, 그리고 장원준은 이제 KBO 리그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들이 됐다. 작년 4년 75억 원으로 FA 계약을 맺고 역대 최고액 기록을 썼던 강민호, 그리고 올해 4년 84억 원을 받고 투수 최고액을 받은 장원준은 5일 사직구장에서 첫 맞대결을 펼쳤다.
강민호와 장원준은 절친이다. 함께 프로에 입단했고 동고동락했다. 강민호는 롯데를 넘어 국가대표 안방마님으로 성장했고, 장원준은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젊은 좌완투수로 각광을 받았다. 올해 팀은 달라졌지만 서로의 안부를 평소 챙길만큼 친하다.
그래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장원준은 두산 입단 기자회견에서 "강민호를 만나면 초구 직구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좋은 공을 주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초구 직구를 던져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장원준은 5일 맞대결에서 2회 강민호와 처음 만났을 때 초구 직구를 던졌다. 비록 볼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스타는 역시 강민호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 타율 1할5푼4리로 불안감을 던졌던 강민호는 장원준을 상대로 마수걸이 홈런을 쳤다. 장원준이 던진 높은 직구를 놓치지 않고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지난 2년 동안 타격 부진을 겪었던 강민호는 올해 초반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불안감을 줬는데, 친구의 공을 때려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다.
타이밍과 스토리 모두 완벽한 홈런이었다. 롯데는 초반 송승준이 실점을 하면서 0-3으로 쫓겼지만, 강민호가 이른 시기에 추격의 투런포를 날려 역전승의 기반을 닦았다. 게다가 이적 후 처음 사직을 찾은 장원준에게 절친이 홈런으로 영접한다는 건 만화에서나 볼 법한 스토리다.
감을 잡은 강민호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6-4로 앞선 7회에는 김강률을 상대로 쐐기 투런포까지 쐈다. 게다가 8회에는 무사 만루에서 그랜드슬램까지 쏘면서 하루 3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강민호의 하루 3홈런은 데뷔 후 처음, 8타점 역시 개인 통산 최다다.
마침 5일은 기독교에서 챙기는 부활절이었다. 강민호는 홈런 3개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참고로 강민호의 종교는 '불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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