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팀 홈런 1위는 롯데 자이언츠였다. 롯데는 시범경기 12경기에서 18개의 홈런으로 단독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성적에 큰 상관관계는 없다. 그렇지만 롯데는 6경기를 치른 현재, 여전히 팀 홈런 1위다.
롯데는 6경기에서 홈런 11개를 때렸다. 득점 47점과 OPS 0.952 모두 리그 1위다. 여기에 볼넷까지 34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이 걸어 나갔다. 장타력과 선구안 모두 날카롭게 살아 있다. 요즘 롯데 선수들은 손바닥을 펴 자신의 얼굴 앞을 휘젓는데, 말 그대로 ‘살아 있네’다.
게다가 롯데는 6경기 모두 홈런을 치고 있다. 지난 달 28일 kt 위즈전에서는 최준석과 박종윤이 첫 홈런을 신고했고 다음 날에는 황재균과 짐 아두치가 손맛을 봤다. 바로 잠실로 올라 간 롯데는 지난 달 31일 LG 트윈스전에서 황재균이 쐐기 3점 홈런을 쳤고, 1일에는 하준호가 솔로포를 신고했다. 그리고 3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은 임재철이, 4일에는 강민호가 혼자 홈런 3개를 때리는 괴력을 과시한 가운데 김민하도 쳤다.

최고의 팀 배팅은 홈런이다. 홈런이 많아지며 득점력도 좋아졌고, 팀 성적도 함께 질주하고 있다. 롯데는 5승 1패로 리그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다. 타자들이 잠잠하면 투수들의 호투가 나오고, 투수가 힘이 들 때면 타자들이 상대 마운드를 공략한다. 공수 밸런스가 좋은데, 지금 롯데는 잘 되는 집안의 표본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롯데 하면 홈런이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롯데는 팀 홈런 1위를 지켰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2012년부터 홈런 수가 급감하기 시작했는데, 급기야 2013년에는 팀 홈런 61개로 리그 7위까지 추락했다. 2014년 타고투저 속에서 팀 홈런 121개로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리그 4위였다.
5일 사직 두산전은 오로지 홈런의 힘으로 잡은 경기였다. 과거 ‘조대홍갈’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홈런 쇼였다. 0-3으로 끌려가던 2회 강민호가 추격의 투런포를 날렸고, 4-4 동점이었던 7회에는 김민하가 결승 솔로포를 쐈다. 강민호는 7회 뒤이어 다시 투런포를 쏘아 올린데 이어 8회에는 그랜드슬램까지 날렸다. 총 16득점 가운데 홈런으로만 9점을 쓸어담은 롯데다.
더욱 무서운 점은 현재 롯데 타선이 베스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개막전 역전포의 주인공 박종윤은 발등 미세골절로 4월 말 복귀 예정이며, 외국인타자 짐 아두치도 2주는 있어야 복귀할 수 있다. 이들이 모두 돌아오면 좀 더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물론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지금의 홈런 페이스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지금 롯데 타자들은 부담 없이 방망이를 돌린다는 사실이다. 삼진을 당하고도 벤치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느냐 아니냐는 선수들의 자신감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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