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각 팀들이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는 개막 후 첫 주말 3연전.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이야~ 용규 스타네. 짱!" - 김민호 KIA 수비 코치
KIA 내야수 최용규는 5일 수원 kt전에 앞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었다. 최용규는 이 자리에서 "김민호 코치님이 정말 재미있으시고 많이 가르쳐주신다. 코치님 덕분에 수비가 많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마침 그 앞을 지나가던 김 코치는 최용규를 보더니 "이야~용규 스타네. 짱!"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취재진이 "코치님에 대해 좋게 말하고 있다"고 전하자 김 코치는 쑥쓰러운 듯 "그런 거 하지마"라고 말했다.

▲ "언젠간 면도 하겠죠" - 김기태 KIA 감독
김기태 감독은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수원 KIA-kt전에서 면도를 하지 않은 모습으로 더그아웃에 나타났다. KIA가 개막 이후 3연승을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 징크스로 면도를 하지 않은 것. 그리고 KIA의 연승은 계속됐다. 5일 더그아웃에 모습을 드런내 김 감독의 턱수염은 여전히 길었다. 취재진이 이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언젠간 하겠죠"라고 대답했다. KIA의 최근 기세라면 김 감독의 수염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 “상현이, 번트 사인 알지?” - 조범현 kt 감독
조범현 감독은 3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김상현에게 “번트 사인 알지?”라고 물었고 김상현은 “압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조 감독이 “번트 대야겠어”라고 말하자 김상현은 “잘 댑니다”라고 말한 뒤 배팅 훈련을 하기 위해 뛰어갔다. 최근 4번 타자 김상현이 부진하자 조 감독이 농담 섞인 말을 건넨 것. 실제 번트를 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날 김상현은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 “6월에 선수 등록한다” - 전병호 kt 투수코치
전병호 kt 투수코치가 3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기 위해 나서며 “6월에 선수 등록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KIA의 선발 투수는 양현종. 선수시절 좌완 투수였던 전 코치가 직접 선수들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kt 타자들은 양현종에게 안타 5개를 치는 등 비교적 선전했지만 무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아쉽게 전 코치의 ‘투혼’이 창단 첫 승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 "제일 궁금한 걸 안물어보시네" - 김용희 SK 감독
SK는 지난 3일까지 지독한 타선 침체를 겪으며 1승3패 부진에 빠져 있었다. 4일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김용희 감독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 뒤 "제일 궁금한 걸 안물어본다"며 기자들에게 '역공격'을 던졌다. 김 감독은 "144경기다. 저조한 선수들도 시즌이 끝날 때쯤엔 제 기량을 회복할 것"이라며 응원을 당부했다. 공교롭게도 SK는 4일과 5일 대승을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 "(최)정이 요즘 와이프한테 교육받는대요" - SK 조동화
말주변이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소문이 자자한 최정. 5일 만루홈런 포함 8타점 활약으로 KBO 리그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 기록을 세운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 나선 최정에게 어느새 조동화가 다가왔다. 기자처럼 최정을 지켜보던 조동화는 "말 좀 잘하라"며 최정을 구박했다. "원래 저 말 잘한다"는 최정을 보며 조동화가 한 마디를 더 날렸다. "정이 요즘 와이프한테 교육받는대요. 말 좀 잘하라고".
▲ "안녕하쑈, 안녕하쑈~" - 한화 모건
한화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은 홍삼액을 마실 만큼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한국식 인사는 기본. 5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훈련을 마친 그는 라커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마주친 김성근 감독에게 모자 벗어 고개 숙이며 한국말로 "안녕하쑈~"라고 인사했다. 익살스런 모건의 인사에 김 감독도 웃음. 김 감독은 '하세요' 발음이 안 되는 모건을 보곤 "안녕, 하세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래도 소용없었는지 모건은 또 "안녕하쑈~"라고 재차 인사해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진짜 잘 치긴 했어요” LG 오지환
LG 트윈스 내야수 오지환은 지난 4일 잠실 삼성전에서 3회말 귀중한 선취 타점을 올렸다. 2사 3루서 삼성 강속구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의 몸쪽 152km 빠른 공을 그림 같은 스윙으로 적시 2루타를 터뜨린 것. 다음날인 5일 오지환은 “진짜 잘 치긴 했어요. 대박”이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웃었다. 오지환은 지난겨울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타격폼을 수정했고, 올 시즌 7경기서 타율 4할7리(27타수 11안타) 출루율 5할1푼9리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 "제게도 이런 날이…"- NC 김태군
NC의 안방마님 김태군은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 그런데 5일 마산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4안타를 휘몰아쳤다. 경기 후 김태군은 "제게도 이런 날이…"라며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표정. 지난 1일 마산 넥센전에서 2년 만에 첫 홈런을 때린 데 이어 올해는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 그래도 김태군은 "수비가 잘되니까 방망이도 잘 맞는 것이다"며 수비를 우선시하는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기다리던 낙이 없어졌어” - 류중일 삼성 감독
올 시즌은 짝수구단 체제로 홀수구단 체제였던 지난 두 시즌과 달리 4일 휴식기가 없다. 때문에 모든 팀들이 월요일을 제외하면 매일 경기가 잡혀있는 상황이다. 이에 류중일 감독은 지난 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작년까지는 그래도 3, 4일은 스트레스 안 받고 준비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낙이 있었는데, 올해는 기다리는 낙이 없어졌다”며 “올해는 그냥 비라도 안 떨어지나 하늘만 보고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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