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식을 일으켜 세운 배영수의 격려 한마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4.06 06: 00

"난 너를 믿는다". 
한화 좌완 유망주 유창식(23)은 지난주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1일 대전 두산전에서 15구 연속 볼을 던지며 제구 난조를 보였기 때문. 시즌 첫 등판에서 구원으로 나왔지만 갑자기 제구가 되지 않아 3연속 스트레이트 볼넷 포함 15구 연속 볼을 남발했다.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건 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15구 연속 볼을 던진 그날 이후, 유창식은 위축된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축 처졌다. 김성근 감독은 "유창식의 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음 경기부터 선발로 쓸 것이다"고 재신임했다. 

그런 유창식에게 힘을 실어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배영수(34)였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봤지만, 밑바닥으로 추락도 해본 배영수의 두 눈에 유창식이 들어왔다. 지난 3일 마산 NC전 중 배영수는 덕아웃에서 유창식을 불렀다. 함께 경기를 지켜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도 잡혔다. 
배영수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난 너를 믿는다'고만 해줬다"고 말했다. 같은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조언보다는 심리적인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배영수의 격려 한마디는 어린 유창식에게 힘이 됐다. 안 좋은 기억은 빨리 잊은 채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을 회복하길 바랐다. 
배영수의 격려는 유창식에게 힘을 북돋아줬다. 시즌 첫 선발이었던 지난 5일 마산 NC전에서 5⅔ 이닝 7피안타(2피홈런)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삼진 4개를 잡으며 무사사구로 역투했다. 5회까지 60개의 공으로 1실점 호투를 했다.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형성된 공은 '15구 연속 볼 악몽'을 잊게 했다. 
배영수의 격려는 비단 유창식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3일 NC전에서 구원으로 나와 4연속 볼넷으로 4실점한 장민재는 이튿날 엔트리 말소됐지만, 4~5일에도 1군 선수단에 남아 경기를 앞두고 배팅 볼을 던졌다. 무려 3박스의 공을 던질 정도로 힘을 뺐다. 배영수는 비오듯 땀 흘린 장민재에게도 다가가 "수고했다"고 어깨를 두드리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데 힘썼다. 
하지만 가장 큰 역할은 역시 선발투수로서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허리 담 증세로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걸렀던 배영수는 5일 NC전에 구원으로 한화 데뷔전을 가졌다. 1이닝 동안 15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컨디션 조절. 다음주 중에는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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