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일그러진 영웅’의 화려한 컴백은 가능할까. 시범경기 페이스만 놓고 보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평가다. 약물 파동에서 돌아온 알렉스 로드리게스(40, 뉴욕 양키스)가 1년의 공백을 날려버리며 재기를 벼르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654홈런의 주인공이지만 두 차례의 약물 스캔들로 신뢰를 잃은 로드리게스는 1년 만의 MLB 복귀전을 준비하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지난해 초 이른바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에 휘말려 1년 출장 정지라는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노화방지 클리닉인 바이오 제네시스의 트레이너가 로드리게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공급한 사건이었다. 로드리게스는 그 중 가장 무거운 징계를 받으며 다른 의미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할 때 1년의 출장 정지는 곧 선수 생명의 위기가 될 수 있었다. “은퇴할 수도 있다”라는 전망이 꼬리를 문 이유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명예회복을 꿈꾸며 1년을 버텼다. 그리고 이제 다시 출발점에 선다. 이미 경력이 ‘약물’로 더럽혀진 지 오래지만 배리 본즈가 가지고 있는 MLB 통산 최다 홈런(762개)를 깨겠다는 도전의식으로 뭉쳐 있다. 양키스 관계자들에게는 공식 사과함으로써 그간의 앙금도 어느 정도 씻어냈다.

그런 로드리게스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 시범경기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로드리게스는 시범경기 19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를 기록했다. 막판 부진으로 타율이 떨어졌지만 초·중반까지는 3할이 넘는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기에 3개의 홈런포를 터뜨리며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뽐냈다. 1년을 쉬다 온 선수치고는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반적인 평가다.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현재 분위기로는 ‘차지할 수 있다’ 쪽에 가깝다. 본 포지션인 3루에는 체이스 헤들리가 버티고 있어 복귀는 쉽지 않지만 지명타자나 1루수 쪽으로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확고한 후보자가 없는 지명타자 포지션이 로드리게스의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받는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 역시 3월 말 “로드리게스가 주전 지명타자로 나설 수 있다”라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뉴욕 양키스는 지난해 팀 공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2할4푼5리의 팀 타율은 리그 15개 팀 중 11위였다. 147개의 팀 홈런도 7위에 머물렀다. 공격에 집중할 수 있는 지명타자 포지션의 약세가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해 양키스의 지명타자로 출장한 선수들의 도합 성적은 타율 2할2푼6리, OPS(출루율+장타율) 0.658에 불과했다. 이는 오클랜드, 시애틀과 함께 아메리칸리그 최하위권 성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로드리게스의 가세는 적잖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뉴욕 언론의 예상이다. 로드리게스의 시범경기 성적을 지난해 양키스의 지명타자 성적과 비교해도 답은 간단히 나온다는 논리다. 지명타자감으로 영입한 개럿 존스의 성적이 썩 좋지 않은 것도 로드리게스에게는 호재다. 여전히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로드리게스의 컴백이 긍정적·부정적인 면에서 모두 화제를 모으는 이유다.
로드리게스는 시범경기 성적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몸 상태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내 스트라이크존이 망가지지 않았다는 것이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로드리게스에 대한 기대감은 시즌 전 프리뷰에서도 읽힌다. 미 유력매체인 CBS스포츠의 패널 5명 중 2명이 로드리게스를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재기상 후보로 뽑았다. A-ROD의 명예 회복 여부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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