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설명할 수 없는 금액의 연속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연이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광풍을 목도한 한 구단 관계자는 담담한 반응을 내놨다. FA 시장의 거품이 지나치게 끼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시장의 생리라는 의견이었다. 미래 가치가 아닌 과거의 공헌도를 더 높게 치는 우리의 현실, 얇은 선수층의 한계로 특급 선수가 떠났을 때의 공백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한 가지 단서를 더 덧붙였다. “팬들의 환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타 마케팅의 엄청난 가치는 유효하다”라고.
그 마지막 말을 두 FA 최대어가 화끈하게 증명했다. 강민호(30, 롯데)와 최정(28, SK)이다. 두 선수는 5일 경기에서 나란히 ‘한 경기 8타점’이라는 대기록을 쓰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먼저 강민호가 시동을 걸었다.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홈런 세 방을 포함해 8타점을 쓸어 담았다. 그러자 몇 시간 뒤 최정이 강민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목동 넥센전에서 2회 만루포를 포함, 홈런 두 개에 역시 8타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시즌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두 선수의 ‘부활절 축포’였다.

강민호와 최정은 1년의 시차를 두고 FA 시장의 최대어로 떠오른 공통점이 있다. 아직 젊은 나이, 팀에서 차지하는 전력적 비중, 그리고 스타성까지 두루 인정을 받았다. 그 결과는 ‘역대 최고액’이었다. 강민호는 2013년 겨울 4년 75억 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60억 수준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던 FA 시장의 기준을 한껏 높였다. 그러자 최정은 1년 뒤 4년 86억 원에 계약하며 80억 원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당연히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시장 거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비등한 시대다. 못하면 ‘먹튀’라는 오명이 평생 간다. 지난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부진을 겪었던 강민호가 그랬다. 겉으로 표현은 잘 안 했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다. 시범경기에서 허리와 손목이 좋지 않아 성적이 저조했던 최정도 그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FA 계약만 하면 부진하다”라는 세간의 고정관념이 이번에는 최정을 향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기량은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 5일 경기는 이를 잘 증명했다. 그리고 그들의 활약을 보면서 팬들도 열광했다. 그 어떤 선수들의 활약보다 더 큰 찬사가 두 명에게 향했다. 강민호의 홈런쇼에 사직구장은 올 시즌 최고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최정의 성적에 숨을 졸이던 SK 팬들도 홈런포가 나오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진할 때는 비난도 많이 받지만 여전히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두 선수는 향후 FA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20대에 FA 잭팟을 터뜨렸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구단에서 미래가치와 상품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못하면 FA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대라면 ‘스타’라는 명제에 대한 단순한 재평가가 가능해진다. 올해는 두 선수 때문에 부산과 인천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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