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의 전쟁’이 시작을 알렸다. 가장 먼저 웃은 감독은 김기태 KIA 감독이었다. 개막 6연승을 내달리며 KIA의 저력을 선보였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에는 유례없는 감독 교체 광풍이 불어 닥쳤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5팀 모두가 새 사령탑을 맞이했다. 이에 야구계에서는 ‘金의 전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이종운 롯데 감독을 제외한 네 명의 사령탑(김성근 한화 감독, 김용희 SK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 김기태 KIA 감독)의 성이 같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전쟁에서 포스트시즌 구도도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다”라는 평가도 나왔다. 두산과 SK는 당장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는 허약했던 마운드에 세 명의 FA 선수(배영수 권혁 송은범)를 수혈하며 김성근 감독에 선물을 안겼다. 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준 김기태 감독의 뚝심도 화젯거리였다. 그렇게 개막 2연전을 시작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먼저 웃은 감독은 김기태 감독이었다.

일주일 내내 면도를 하지 못해 수염이 덥수룩해졌다. “이길 때는 면도를 하지 않겠다”라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KIA는 개막 이후 6연승을 내달리며 김 감독의 면도기를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었다. 개막 2연전에서 LG를 모두 잡은 KIA는 주중 SK와의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김광현을 넘어 1승을 챙겼고 kt와의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KIA가 개막 6연승을 기록한 것은 2003년(8연승) 이후 처음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처진다는 평가를 받은 KIA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군 입대, 몇몇 베테랑 투수들의 부상 이탈, 신종길의 부상 악재가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있다. 선발투수들이 제 몫을 했고 약했던 불펜은 윤석민이 마무리 보직에 자리를 잡음에 따라 한결 안정감을 찾았다. kt가 끼어 있었다는 점이 호재였지만 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좋아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SK와 두산은 3승3패씩을 기록하며 반타작에 만족해야 한다. SK는 시즌 시작부터 이어온 타격 침체에 고민이 컸다. 다만 주말 열린 목동 3연전에서 타격 페이스의 향상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확인하며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NC와의 개막 2연전에서 모두 이긴 두산은 주말 사직 롯데전에서 2경기를 내주며 승률이 5할로 돌아왔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가 서서히 경기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가장 얼굴 표정이 좋지 않은 사령탑은 김성근 한화 감독이다. 넥센과의 개막 2연전부터 총력전을 벌이며 기선 제압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힘이 부친다. 정근우 조인성 이태양 등 투·타의 핵심 선수들이 아직 재활을 하고 있는 것도 뼈아프다. 투수들의 볼넷 남발, 타선의 득점권 침묵 등 최근 몇 년간 한화를 괴롭혔던 단점들이 완벽하게 고쳐지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지난주 비의 수혜를 보며 총력전 타이밍을 잴 수 있었던 한화는 이번주 LG와 롯데를 만난다.
‘金의 전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이종운 감독도 웃었다. 개막 이후 5승1패를 기록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뽐냈다. 타선의 힘, 외국인 선수들의 호투를 앞세워 차곡차곡 승리를 챙겼다. kt와의 개막 2연전에서 모두 이겼고 LG와 두산이라는 만만치 않은 서울팀을 상대로 3승1패를 기록해 올 시즌 얕볼 수 없는 전력임을 증명했다. 부상 선수들이 복귀할 5월에는 더 좋은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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