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모비스 왕조에 유일하게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KBL의 제도다.
울산 모비스는 지난 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홈팀 원주 동부를 81-73로 눌렀다. 4연승을 달린 모비스는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챔프전 3연패에 성공했다. 아울러 모비스는 전신 기아를 포함, 통산 6회 챔프전 우승으로 최다우승기록까지 경신했다.
양동근-문태영-함지훈-리카르도 라틀리프로 이어진 ‘빅4’가 건재하다면 다음 시즌에도 모비스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하지만 모비스는 ‘강제 리빌딩’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KBL의 제도 때문이다.

문태영을 비롯해 혼혈선수제도로 데뷔한 선수들은 3시즌을 채우면 다른 팀으로 옮겨야 한다. KBL이 전력평준화를 목적으로 한 팀에서 오래 뛰는 것을 막아놨기 때문이다. 문태영, 이승준, 전태풍은 이미 3년 전 나란히 소속팀을 옮겼다. 그 과정에서 똑같이 이승준을 원하던 동부와 SK는 추첨까지 했었다.
라틀리프도 떠나야 한다. 외국선수 역시 3시즌을 채우면 더 이상 재계약이 불가능하다. KBL은 다음 시즌부터 외국선수 2인 동시출전제를 도입한다. 한 명의 선수는 반드시 193cm 이하로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모든 외국선수와의 재계약을 불허한다. 라틀리프도 예외가 아니다.
라틀리프는 “모비스는 내 첫 프로팀이다. 3년 동안 우승을 해서 정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떠나야 한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제도지만 난 규칙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아쉬워했다.
양동근(34)과 함지훈(31)도 어느덧 노장이다. 모비스는 미래를 위해 팀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5년 재계약을 맺은 유재학 감독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대성(25)을 비 시즌 상무에 보내는 것도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를 치르며 막바지에 코치들과 내년에 어떤 농구를 할 것인지 의논했다. 내년에 문태영이 우리와 할지 안 할지 모른다. 리빌딩을 하려면 지금처럼 세 명에 의존하는 농구가 아니라 전자랜드처럼 10~12명이 다 뛰는 농구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잘 안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재밌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모비스는 양동근과 함지훈 두 축이 건재하다. 여기에 유재학 감독이 탄탄하게 구축한 시스템이 있다. 다음 시즌도 모비스는 프로농구의 강자로 군림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모비스가 강제로 리빌딩에 돌입하는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한 프로농구 관계자는 “이렇게 제도가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 모비스가 3연패를 한 것도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KBL은 절대로 명문팀이 나올 수가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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