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프로야구 KBO 리그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뗐을 뿐이지만 초반 판도의 희미한 윤곽은 그려진다. kt 위즈를 빼놓곤 나머지 9개 구단의 전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지속적인 혼전과 그 어느 해보다 5강에 들기 위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그 와중에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약진이 눈길을 끈다. 올 시즌 전문가들의 전망에서 두 팀 모두 중하위권으로 분류됐던 터여서 얼핏 이변으로도 비친다. 하지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그만한 까닭이 있다.
KIA는 김기태(46) 감독이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단합을 이끌어 냈고, 롯데는 이종운(49) 감독이 지리멸렬했던 팀 내부 혼란을 수습하는데 성공, 초반 돌풍의 주역이 됐다. 두 감독 모두 어지러웠던 팀 재정비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은 두 팀의 초반 질주가 ‘찻잔 속의 일과성 태풍’이 아니라 시즌 내내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을 했다.

허구연 위원은 “기아와 롯데의 강세가 시즌 초반 반짝 강세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먼저 들었다.
허 위원은 “나는 올해 늘 상 해온 시즌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중계 때문에 미국에 오래 머물러 5개 팀 전지훈련을 보지 못해 결례인 것 같아서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롯데하고 기아는 절대 쉽게 안 넘어간다, 의외로 괜찮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허 위원은 “기아는 김기태 감독이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잘 추슬렀다. 이범호, 최희섭, 신종길, 김주찬, 나지완 등으로 구성된 야수진은 다른 팀에 안 밀리고 투수진은 보험이 있다. 김진우, 한기주, 곽정철, 서재응 등 돌아올 투수가 많이 있다는 것은 144게임의 장기레이스에서 큰 힘이다. 백업요원이 약한 것이 위험부담이지만, 부상만 안 당하면 기아는 의외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마음이 아파서 제대로 안 뛰었던 선수들이 분위기가 바뀌면서 상당히 좋아졌다. 김선빈과 안치홍의 빈 자리도 강한울과 최용규가 그런대로 잘 해주고 있지 않느냐”는 설명도 덧붙였다.

허구연 위원이 보는 이종운 감독은 ‘외유내강형’이다. 그는 “이종운 감독은 경남고 후배이자 내가 롯데 코치할 때 신인선수여서 잘 아는 처지이다. 머리 회전이 빠르다. 부드러우면서도 (선수가)기준선에서 벗어나면 가차 없이 다그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롯데는 지난해 사장 한 명이 팀 다 망쳐놓은 셈이었는데, 어쨌든 이종운 감독이 와서 잘 수습해 팀 전력이 극대화 될 것이다.”(허구연 위원의 말)
우리 프로야구단은 큰 전력 차가 아니면 분위기를 타는 팀이 성적을 내기마련이라는 게 오랜 현장 경험에서 바라본 그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그런 면에서 새로 팀을 맡은 롯데, 기아 두 감독이 선수들의 기를 살리는 데 일단 성공,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관측은 타당해 보인다.
기아는 야수 백업 요원이 약한 반면 투수진은 제3~5선발이 고민인 롯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해 주전들의 부상 함정을 잘 피한다면,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허구연 위원은 올 시즌 전반적이 판도로 “삼성, SK는 5강 안에 확실히 들 수 있는 전력이고, kt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상황변수에 따라 요동칠 수 있다. 서로 장단점이 있지만 불펜이 강하고 류제국이 돌아올 예정인 LG가 점차 강세를 보일 것이다. 넥센도 좋지만 아무래도 강정호의 공백이 있고, 야수는 최강인 두산은 역시 마무리 투수가 확실한 장담을 할 수 없는 게 약점”이라고 정리했다.
그에 덧붙여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는 선수보강이 많이 되고 훈련도 많이 해 잘 하면 5강 이상 갈 것으로 봤지만 다른 팀들의 집중 견제를 뚫는 것이 숙제”라고 내다봤다.
올해 프로야구 초반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흐름’이라고 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성미정 시인은 ‘분위기 야구’라는 시에서 역설적인 비유로 이렇게 표현했다.
“분위기 야구는 무서운 병이다.(중략) 적당량의 분위기는 야구에 윤활유가 되지만 지나친 분위기는 약도 없는 병이다 계속 진지하게 야구를 하려면 분위기에 깊이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만이 최선책”이라고.
그나저나 분위기를 잘 타는 것도 ‘야구의 기술’이라고 해도 될까.
/홍윤표 OSEN 선임기자
김기태 kIA 감독과 이종운 롯데 감독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