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이를 막으려고 김지완과 차바위를 다 준비시켜놨었지.”
아쉽게 챔피언결정전 문턱에서 좌절한 유도훈(48) 전자랜드 감독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규시즌 6위 인천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서 3위 서울 SK를 3-0으로 격파해 파란을 연출했다. 전자랜드는 원주 동부와의 4강 시리즈에서도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70-74로 패했다.
그렇게 하위팀의 반란은 무위에 그쳤다. 전자랜드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프전에 가보지 못한 구단으로 남게 됐다. 스타선수 한 명 없이 끈끈함과 승부욕으로 승부한 전자랜드의 패기는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전자랜드는 5일 인천삼산보조체육관에서 팬미팅 행사를 개최했다. 당초 200명 정도가 올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무려 400명이 넘는 팬들이 왔다. 그만큼 전자랜드의 투혼은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미 출국한 리카르도 포웰과 테렌스 레더를 제외한 전자랜드 선수단 전원이 참석해 팬들과 호흡했다.
유도훈 감독과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자랜드가 동부 진을 빼놔서 우리가 행운이었다. 전자랜드가 올라왔으면 더 힘들었을 것’ 이라는 유재학 감독의 말을 전했다. 유도훈 감독은 “우리가 동부 힘을 빼놓긴 했지. 허허. 양동근을 못 막더라고. 우리는 김지완을 붙이고 차바위까지 가세하는 수비를 다 생각해놨는데...결승 가서 모비스를 이길 생각을 했는데 그 수비를 끝내 못 써먹었다”면서 껄껄 웃었다.
4강전이 끝난 뒤 유도훈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였다. 리카르도 포웰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자리는 그야말로 눈물 바다였다고 한다. 유 감독은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따라와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사실 챔프전 경기를 보지 못했다. 4강전 끝나고 3일 동안 술 먹고 자고 또 술 먹고 그랬다. 이제야 정신을 좀 차렸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4강전 패배에 큰 아쉬움이 남았던 것.
팬미팅 행사의 가장 인기스타는 단연 유도훈 감독이었다. 너도 나도 유도훈 감독과 사진찍기를 원했다. 정영삼이나 정효근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 유도훈 감독은 팬들과 깜짝 댄스를 추는 등 망가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팬들의 요청에 선수들과 어울려 일명 ‘외모 몰아주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유 감독의 소탈한 모습에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유도훈 감독은 벌써부터 다음 시즌 구상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비시즌에도 젊은 선수들 조련에 공을 들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효근과 김지완은 4월 말 경에 미국 시애틀로 한 달 가량 농구유학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우리 팀은 벌써 위기다. 차바위가 군대에 간다. 이현호, 정영삼은 한 살을 더 먹는다. 정효근, 김지완, 박성진, 함준후 등 젊은 선수들이 더 성장해줘야 한다. 외국선수들도 어떻게 뽑을지 고민이다. 조만간 미국으로 출국해서 볼 예정이다. 이제 또 애들 반 죽여놔야지”하면서 빙긋이 웃었다. 옆에서 신나게 놀던 선수들은 유도훈 감독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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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훈 감독과 선수들 / 전자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