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군단의 포효가 매섭다. 개막 후 6경기를 내리 이기며 낙담했던 KIA 팬들을 하나둘씩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개막 후 최고의 기세를 뽐냈던 팀은 어디었을까.
KIA는 3일부터 5일까지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싹쓸이했다. 선발투수들의 든든한 역투가 빛났다. 3일 선발로 나선 에이스 양현종은 7이닝 7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4일 필립 험버 역시 6이닝 1실점으로 선발승을 낚았다. 당초 5일 선발로 예정됐던 임준혁의 부상으로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신예 문경찬까지 5⅓이닝 1실점 승리투를 펼친 KIA는 개막 후 6연승을 내달렸다.
개막 2연전에서 LG에 거둔 짜릿한 승리, SK전에서 상대 에이스 김광현을 넘고 거둔 승리, 그리고 kt와의 3연전 싹쓸이까지 KIA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물론 이런 연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주에는 NC와 삼성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독 두 팀에게는 약한 면모를 보였던 KIA다. 그러나 지금까지 김기태 감독의 면도기를 휴업시킨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성과다.

KIA의 최고 시즌 출발은 2003년이었다. 당시 KIA는 개막전이었던 4월 5일 광주 한화전부터 4월 13일 사직 롯데전까지 8경기를 모두 이기며 팀 최고 기록을 썼다. 초반 바람을 탔던 KIA는 2003년 78승50패5무(.609)를 기록하며 선두 현대(.611)에 아슬아슬하게 뒤진 정규시즌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개막 이후 3연승조차도 없었다. 그런 사정을 고려하면 2003년 이후 최고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팀들의 개막 후 최고 행진은 언제였을까. 이 기록은 2003년 삼성이 가지고 있다. 삼성은 4월 5일 대구 두산전부터 4월 16일 수원 현대전까지 개막 후 10연승을 기록했다. 두산, 롯데, 한화와의 시리즈에서 모두 이겼고 현대와의 시리즈에서 먼저 2승을 기록할 때까지 연승이 이어졌다. 당시 삼성과 KIA의 연승 경쟁은 남다른 관심을 불러 모았던 기억이 있다.
롯데는 두 차례 개막 6연승을 달성한 적이 있다. 1986년, 1999년이 그 사례다. 현대는 2000년 개막 후 5연승을 기록했고 지금은 사라진 쌍방울(1995년)과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1990년)가 개막 4연승을 기록했다. 두산은 2010년 4연승을 기록한 적이 있고 SK와 LG는 3연승이 최고다. 이런 역사적 사례를 고려하면 kt를 만났다 하더라도 KIA의 6연승 행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개막 후 최다 연패의 기록은 한화가 가지고 있다. 2013년 개막 이후 무려 13경기에서 내리 지며 팬들의 속을 타게 했다. 한화의 첫 승은 4월 16일 대전 NC전에서야 나왔다. 김태균의 역전 투런포, 김응룡 감독의 감격적인(?) 승장 인터뷰는 여전히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 다음으로는 2003년의 롯데(12연패)의 침체가 가장 길었다.
두산은 2003년 개막 후 8연패를 기록한 적이 있다. 1986년 청보도 7연패를 기록했고 2013년 신생팀으로 참여했던 NC 또한 7연패 끝에 감격적인 창단 첫 승을 안았다. 반면 삼성(3연패), SK(3연패), KIA(4연패) 등은 개막 이후 연패가 그리 길지 않게 이어졌던 팀들이다. 7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는 kt가 언제쯤 연패에서 탈출할지도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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