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에게는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07 06: 14

오키나와에서의 2차 전지훈련이 한창 진행되던 2월 25일. 야간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최정(28, SK)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전날 밤잠을 설쳐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캠프 때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치열한 주전경쟁이나 1군 엔트리에 진입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선수라면 모를까, 그 당사자는 SK 타선에서 가장 자신의 자리가 확고한 최정이었다. ‘새신랑’에게 장기간의 캠프 일정이 스트레스로 다가온 것일까. 다시 묻자 최정은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수비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24일 일본 오키나와 셀룰러필드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날 최정은 강한 강습타구를 공격적으로 전진해 잡으려다 볼을 빠뜨렸다. 연습경기에서 나온 실책인데 마치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낙담하는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최정은 “겨울 동안 연습을 했는데 공이 글러브 속으로 딱 들어오지 않더라”라고 아쉬워하면서 “그 실책이 머릿속에 남아 다시 밤새 비디오를 봤다”고 털어놨다. 취재진도 그런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최정의 성격은 그렇게 예민하지 않은 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특별히 이것저것 많이 신경을 쓰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간혹 비판적인 기사가 나가더라도 그렇게 마음에 담아 두지는 않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야구에 있어서는 엄청난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내내 고민하다 밤을 새서라도 그것을 해결해야 직성이 풀린다. 오죽했으면 주위에서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라. 너무 고민하지 말라”라는 조언을 할 정도다. 스트레스가 쌓여 좋을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성은 어디가지 않는 법. 4년 총액 86억 원이라는 대형 잭팟을 터뜨렸지만 최정의 훈련 태도나 열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 한 코치는 캠프 당시 최정에 대해 “대형 계약에 대해 특별히 의식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너무 잘하려고 해도 문제고, 풀어져도 문제인데 최정은 그런 것이 별로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부진이 지나친 근육과 체중 증량에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최정은 사실상 몸 상태를 바닥에 내려놓고 처음으로 다시 몸을 만들었다. 최근 “수비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위해 수비 방식에 대한 접근을 원점부터 다시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겨울 동안 열심히 땀을 흘렸다. 그래서 시범경기 초반 찾아온 허리와 손목 통증이 더 아쉬웠다. 부진이 이어지자 어김없는 ‘FA 비판론’도 나왔다.
하지만 최정은 이미 리그 최고수의 반열에 오른 선수다. 기량이 떨어질 나이도 아니다. 오히려 노련함이 조금씩 묻어나올 나이다. 김용희 SK 감독은 최정의 시범경기 부진과 부상에 대해 “젊은 선수라면 모를까, 최정 정도의 선수라면 시즌 초반에 부진해도 능히 자신의 페이스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자신했다. 그 자신감대로 최정은 지난 주말 목동 3연전에서 대폭발하며 SK 타선을 이끌었다.
최정이 없는 SK 타선은 생각할 수 없다. ‘최정 와이번스’라는 이야기도 여러 차례 들었던 SK다. 최정이 죽으면 전체 타선이 죽고, 최정이 살면 전체 타선이 활활 타오르는 경향도 뚜렷하다. 물론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에 가까운 최정이 목동에서 보여준 괴력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시즌 초반에는 몇 차례 고비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최정은 최정이다. 이름 자체에서 신뢰감이 풍겨져 나온다. 목동의 괴력은 이를 증명한다. 때로는 부진할 때도 있겠지만, ‘노력하는 천재’인 최정에게는 그때마다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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