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지환·정성훈, 출루머신 태그팀 뜬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4.07 13: 00

막강 테이블세터진이 만들어지는 것인가.
LG 트윈스가 주축 선수들의 공백에도 선전하고 있다. 2015시즌 첫 7경기에서 3승 4패, 5할 싸움 중이다. 개막 3연패로 주춤했다가, 디펜딩 챔피언 삼성과 주말 3연전에서 2승 1패로 위닝시리즈,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오지환과 정성훈의 활약이 돋보였다. 오지환은 3연전 동안 13타수 4안타 3타점 1도루, 정성훈은 11타수 5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오지환은 지난 4일 삼성 강속구 선발투수 알프레도 피가로의 152km 몸쪽 강속구를 그림처럼 적시타로 연결했고, 이는 결승타점이 됐다. 정성훈은 지난 5일 9회말 임창용을 상대로 끝내기 좌전안타를 작렬, 팀의 기적 같은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끝내기 안타가 터지기 전, 오지환의 주루 플레이가 있었다. 오지환이 2루 도루에 성공했기에, LG는 정성훈의 안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비록 5일 경기에선 정성훈이 3번 타순에 배치됐으나, 이전 6경기에선 오지환이 1번, 정성훈이 2번 타자로 출장해왔다. 주축 선수가 컨디션 저하로 선발 출장이 힘들거나, 상대팀 선발투수와의 상성을 고려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2015시즌 LG 테이블세터진은 오지환과 정성훈으로 갈 예정이다.
테이블세터진 성공여부는 역시 오지환에게 달려 있다. 사실 LG는 이전부터 꾸준히 오지환의 리드오프 전환을 시도해왔다. 빠른 다리를 지닌 만큼, 오지환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리는 1번 타순이라고 봤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던 2012시즌 후반기부터 오지환은 1번 타자로서 221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2할5푼3리 출루율 3할3푼2리를 찍었다. 2013시즌에도 오지환은 개막전부터 1번 타자로 출장했고, 당해 248타석을 리드오프로 소화하며 타율 2할7푼3리 출루율 3할8푼6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록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오지환 리드오프 프로젝트는 성공하지 못했다.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에서 보이듯, 선구안은 좋았지만, 컨택능력이 부족했다. 그러면서 박용택이 1번 타순에 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2014시즌에도 전반기에는 박용택이, 후반기에는 정성훈이 1번 타자로 나서 4할 이상의 출루율을 달성했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은 1번 타자 오지환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4시즌 막바지 양 감독은 “지환이가 힘을 빼면서 수비가 좋아진 것처럼, 내년에는 타격에서도 쓸데없는 힘을 뺄 것이다. 오지환을 2루타 머신으로 만들어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지환은 유격수 수비시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주자의 주력을 머릿속에 넣으며 수비 범위와 송구 강도를 다르게 했고, 리그 정상급 유격수에 가까워지고 있다. 
양 감독의 주문은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겨울 내내 타격폼을 완전히 뜯어고치며 굵은 땀방울을 흘린 오지환은 이전보다 훨씬 간결한 타격을 하고 있다. 스윙궤도가 대폭 줄어들었고, 올 시즌 7경기서 타율 4할7리 출루율 5할을 기록했다. 약점이었던 헛스윙 삼진도 크게 줄었다. 2009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헛스윙이 비율이 13.1%였는데, 2015시즌에는 6.7%로 대폭 감소했다. 볼넷과 삼진 비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통산 볼넷 224개·삼진 536개였는데 올 시즌은 볼넷 5개·삼진 4개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타자가 됐다.
오지환이 변수를 상수로 바꾸고 있다면, 정성훈은 이미 상수다. 즉, 오지환이 지금 모습을 유지하면 LG 테이블세터진은 상대투수가 진이 빠지도록 1루를 밟을 것이다. 정성훈은 선구안과 수읽기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는 데에도 능숙하다. 때로는 투수의 공 하나를 그냥 버리는 여유를 발휘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정성훈은 “경험이 쌓이면서 욕심이 줄어들고 수읽기가 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마음이 앞섰고, 크게 치는 것만 의식했는데 이제는 상대 배터리가 나를 어떻게 상대할지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고 말했다. 정성훈은 2012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3시즌 연속 출루율 4할 이상을 찍고 있다.
둘은 지난겨울 내내 잠실구장에서 함께 자율훈련을 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11월부터 매일 잠실구장을 찾아 절치부심했다. 당시 오지환은 “정성훈 선배님이 매일 나오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정성훈 선배님을 따라가고 있다. 정성훈 선배님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 팀 내야수들이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테이블세터만으로 점수를 뽑을 수는 없다. 클린업과 정박자를 이뤄야 빅이닝도 나온다. 그런데 최근 4번 타자 이병규(7번)의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고, 이진영와 이병규(9번)도 지난 5일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 큰 타구를 날렸다. 3번 타자 박용택도 오는 11일 잠실 두산전부터 정상적으로 출장한다.  
LG는 지난 2년 동안 마운드의 힘을 바탕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팀 평균자책점은 상위권이었지만, 타격지표는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오지환의 페이스가 유지되고, 클린업에 자리한 베테랑 타자들의 컨디션이 올라온다면, 타격에서도 충분히 상승궤도를 그릴만 하다. 오지환·정성훈의 꾸준한 출루는 LG 공격력 상승의 첫 번째 퍼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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