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악조건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쓸 수 있는 확실한 무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승자와 패자는 나뉘었지만 김광현(27, SK)과 박세웅(20, kt)의 위력적인 주무기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광현이 슬라이더였다면 박세웅은 체인지업이었다.
두 선수는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시즌 첫 경기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만 놓고 보면 김광현의 판정승. 김광현은 5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박세웅도 씩씩하게 던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5이닝 6피안타 5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SK 타선을 막아냈다. 106개의 공을 던졌다.
사실 5이닝 소화라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두 선수에게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아직 몸 상태가 절정이라고 볼 수 없는 김광현은 이날 전반적으로 kt 타자들이 끈질기게 공을 물고 늘어지며 투구수가 불어났다. 박세웅은 3회 2사 1루에서 조동화의 우중간 방면 타구를 야수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실점은 물론 몇 타자를 투가로 더 상대해야 했다. 투구수가 불어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확실한 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광현은 대한민국 최고 구종 중 하나인 슬라이더가 빛을 발했다. 최고 139km까지 나온 슬라이더는 kt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가며 이날 5개의 삼진을 책임졌다.
1회 1사 1,2루에서 마르테의 삼진, 2회 1사 1,2루에서 배병옥 이대형을 차례로 삼진처리한 구종, 3회 2사 1,2루에서 김동명의 헛스윙을 유도한 구종이 모두 슬라이더였다.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이미 분석이 끝날 대로 끝난 구종이지만 알고도 당한다는 말이 잘 어울렸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슬라이더는 다소 높은 감이 있었지만 역시 헛스윙 유도 구종으로는 최고의 위력을 발휘했다.
박세웅은 역시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SK 타선을 막아냈다. 빠른 공과 거의 같은 폼에서 나오지만 홈 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떨어지는 박세웅의 체인지업에 SK 타자들이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1~2번 봐서는 공략하기 어려운 구종임이 분명했다. 1회 이명기 브라운을 삼진으로 유도한 구종도 바로 체인지업이었다. 방망이에 맞더라도 빗맞는 경우가 많았다.
김광현은 이날 총 101개의 공 중 36%인 36개를 슬라이더로 던졌다. 커브(10개), 체인지업(4개)의 구사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결국 다른 변화구가 뜻대로 완벽히 제구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자신이 있는 슬라이더로 kt 타선을 상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세웅도 106개 중 36%에 이르는 38개를 체인지업으로 던졌다. 직구(48개) 구사 비중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중이었다. 비록 박세웅은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체인지업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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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