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20, kt)을 상대로 좀처럼 활로를 열지 못한 SK 타선이었다. 신예의 패기에 또 다시 고전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가 튀어나왔다. ‘공포의 6번 타자’로 떠오른 이재원(27, SK)이 자신의 타격 기술을 발휘하며 박세웅을 주저앉혔다.
이재원은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 포수 및 6번 타자로 출전, 1-0의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5회 결정적인 2타점 적시타를 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결승타로 기록되지는 못했지만 경기 중·후반 kt의 추격 흐름을 생각하면 의미가 큰 안타였다.
SK는 박세웅을 만나 또 고전했다. 시범경기 당시 6이닝 동안 딱 1개의 안타를 치며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던 당시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했다. 3회 1점을 냈지만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였다는 점에서 온전히 타선의 힘은 아니었다. 그런 SK는 5회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선두 이명기가 좌전안타로 출루했고 최정 박정권이 볼넷을 고르며 2사 만루를 만들었다.

2회 우중간 깊숙이 날아간 타구가 상대 중견수 배병옥의 호수비에 걸리며 아쉬움을 삼켰던 이재원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이날 경기의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둔 박세웅의 패기도 만만치 않았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초구로 선택하며 이재원의 눈을 실험한 박세웅은 2구째 124㎞짜리 체인지업으로 이재원의 헛방망이를 이끌었다. 그리고 3구째는 142㎞ 직구를 과감하게 바깥쪽으로 찔러 넣으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이재원은 버티는 방법 밖에 없었다. 4구째 직구를 파울로 연결시킨 이재원은 5구째 박세웅이 던진 회심의 체인지업(129㎞)을 간신히 커트해냈다. 떨어지는 낙폭이 좋았는데 이를 무사히 넘긴 것이 결국 적시타의 발판이 됐다. 6구째 슬라이더를 골라 2B-2S를 만든 이재원은 7구째 박세웅의 직구(141㎞)를 밀어쳐 1루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박세웅의 실투가 아니었다. 몸쪽으로 붙어가는 공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우타자가 치기 까다로운 몸쪽 코스로 공이 갔다. 치기 쉬운 공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원의 천부적인 인앤아웃 스윙궤도는 이를 안타로 만들어냈다. 그것이 우익수 방향으로 향했다. 이 해설위원은 “치는 것도 어려운데 타구를 오른쪽으로 보낸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원은 타격 능력에서 이미 충분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그의 장점은 역시 좋은 스윙에서 나오는 고른 타구 방향이다. 우타자임에도 좌측이 아닌 우중간이나 우측으로 향하는 타구가 많은 편이다. 지난 목동 3연전에서도 우측으로 밀어 여러 타점을 만들어냈고 이날도 역시 우측으로 질 좋은 타구 두 개를 만들어냈다.
한편으로는 수비에서도 보이지 않는 공헌을 세웠다. 3경기 연속 주전 포수로 나서며 수비에서도 흠잡을 곳 없는 플레이를 펼친 이재원은 이날 투수들과 함께 10개의 탈삼진을 합작해냈다. 김광현의 슬라이더, 문광은의 직구, 정우람의 체인지업을 십분 활용하며 kt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갔다. 올 시즌 포수 마스크를 쓴 3경기에서 모두 이겼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의미를 둘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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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