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에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다나카 마사히로(27, 뉴욕 양키스)가 벌서부터 한계에 부딪히는 것일까. 아직 첫 경기지만 현지에서는 그런 조짐이 보인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빠른 공 없는 ‘손가락 마법’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나카는 7일(이하 한국시간) 미 뉴욕주 브롱크스의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4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5실점(4자책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5이닝을 버티지 못한 다나카는 팀이 1-6으로 패해 올 시즌 첫 패전을 안았다. 지난해 첫 16경기에서 모두 4자책점 아래의 경기를 펼쳤음을 고려하면 시작이 썩 좋지는 않은 셈이다.
물론 토론토 타선이 만만치 않다는 점, 3회 수비 실책으로 선취점을 뺏기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점, 엔카나시온에게 맞은 홈런이 실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나카는 이미 증명된 투수이며 아직 몸 상태도 100%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 지라디 양키스 감독 또한 경기 후 “다나카는 괜찮았다(fine)”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첫 경기 이후 뉴욕 및 미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우려의 시선을 보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구속 때문이다.

다나카는 지난해 중반 팔꿈치에 이상이 생겼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지 않았다. 대신 주사 치료를 통한 재활로 방향을 잡았다. 그 결과 공백기는 최소화하며 마운드에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토미존 서저리에 비하면 임시처방에 불과했다. 이를 의식한 듯 다나카는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상태에 만전을 기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빠른 공보다는 변형 직구, 그리고 변화구로 승부를 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그런 전략은 이날 투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나카는 이날 총 82개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패스트볼 계통의 투구는 단 26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전매특허인 스플리터와 슬라이더였다. 그나마 그 패스트볼 중에서도 일반적인 포심패스트볼의 비중은 극히 적었다. 이닝당 1~2개씩 정도가 보였을 뿐이다. 최고 구속은 93마일(150㎞) 정도까지 나왔지만 대다수가 90마일(145㎞) 정도의 싱커(투심패스트볼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였다.
물론 다나카는 지난해에도 싱커를 많이 던지기는 했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다나카는 지난해 전체 투구 중 포심패스트볼이 25.1%였고 싱커는 그에 필적하는 22.5%였다. 그런데 올해는 포심이 사라진 것이다. 개막전에서 다나카의 포심 비율은 단 7.3%였으며 싱커는 24.4%로 올랐다. 스플리터 비율은 지난해 24.1%에서 35.4%까지 치솟았고 슬라이더 또한 21.5%에서 30.5%로 대폭 비중이 확대됐다. 결국 이제 다나카의 투구에서 포심패스트볼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미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은 경기 후 “다나카는 정크볼러(구질의 변화로 승부하는 유형)로 변신하고 있다. 그러나 첫 경기는 좋지 못했다”라고 했다. ‘뉴욕데일리뉴스’는 한 술을 더 떠 “만약 다나카가 이렇게 던져야 한다면, 양키스는 당장 그를 수술시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힘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없는 투수는 결국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대형계약을 맺은 다나카에 대한 기대치가 이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팔꿈치 상태에 대한 부담도 점점 커질 전망이다. 물론 개막전에서 보여준 다나카의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는 매우 뛰어났다. 구속도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포크볼이나 스플리터 계열의 구질은 투수의 팔꿈치나 어깨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는 구종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플리터와 함께 비중이 늘어난 슬라이더도 마찬가지다. 변형으로 승부하게 될 다나카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팔꿈치의 위험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수술을 했어야 했다”라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다나카의 올 시즌은 과연 순탄할 수 있을까.
skullboy@osen.co.kr
ⓒ 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