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34, 두산 베어스)의 복귀 시점이 임박했다. 김태형 감독은 에이스가 다시 아프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니퍼트는 5일에도 던질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투수코치와 상의한 끝에 LG전이 낫다고 생각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자기 공을 던졌다고 하더라. 점검 차원에서 던져보게 했다“고 밝혔다. 아픈 곳이 없어 실전 투입이 결정된 것이다.
김 감독의 말대로 니퍼트는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7일 벽제에서 있었던 경찰청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던진 니퍼트는 24개의 공으로 2이닝을 막았고, 볼넷 없이 2피안타 2탈삼진 1실점했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대부분 145~148km 사이에서 찍힌 가운데 최고 구속은 151km였고, 변화구 제구도 괜찮았다는 것이 두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니퍼트는 100% 몸 상태가 됐을 때 쓸 것이다”라고 줄곧 말해왔던 김 감독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3연승 뒤 3연패(7일 경기에서 지면서 4연패)를 당해 조급할 만도 했지만 니퍼트의 등판 일정을 당기지 않고 오히려 뒤로 미뤘다. 김 감독은 “금요일(10일) 아니면 토요일(11일) LG전에 나올 것이다”라며 니퍼트의 첫 등판 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돌아온다 해도 곧바로 이전과 같은 긴 이닝을 맡기는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첫 등판 때는 투구 수를 조절할 것이다”라는 말로 절대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투수들을 다루는 김 감독의 방침은 ‘안전제일주의’다. 부상 방지는 물론 정신적인 부담감도 최대한 덜어주려 한다.
불펜 운영 방식을 보면 이런 부분을 잘 알 수 있다. 함덕주, 김강률로 이뤄진 좌우 셋업맨을 그대로 필승조로 활용하겠다고 한 김 감독은 7일 “덕주는 조금 여유 있는 상황에 내보내볼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계속 실점하고 있는 함덕주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니퍼트에게도 이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골반 통증으로 시즌 시작이 늦어졌지만, 언제 다른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될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지난 수년간 니퍼트는 어깨 석회화 증상, 등 근육 통증 등으로 1군에서 말소됐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해 중요할 때 에이스 없이 상대와 맞붙는 일을 줄이겠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팀에 대한 생각이 남다른 니퍼트는 지난해 구원 등판을 자청하기도 했을 정도로 무리했던 부분이 있었다. 송일수 감독 체제 하에서 니퍼트는 2번이나 불펜투수로 나왔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조급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조급한 마음으로 니퍼트를 올렸다가 나중에 니퍼트가 부상으로 이탈하면 더 조급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김 감독의 선택이 니퍼트를 건강한 에이스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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