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가세’ 왼손 거포들, 박병호 아성 도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08 06: 06

왼손 거포들의 홈런왕 도전기가 점차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의 홈런타자에 최희섭(KIA)이라는 올드스타까지 돌아온 가운데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던 박병호(넥센)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KBO 리그 초창기까지만 해도 왼손 강타자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자원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왼손하면 안타와 출루에 중점을 두는 교타자 스타일이 더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강력한 파워를 갖춘 왼손 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그 ‘파워’의 척도가 될 수 있는 홈런을 보면, 지난해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왼손 타자는 절반인 5명(테임즈, 이승엽, 최형우, 나성범, 박정권)이나 됐다.
같은 기준을 놓고 볼 때 2000년에는 이승엽, 딱 한 명이 전부였다. 이승엽이 일본무대로 떠난 이후에도 몇몇 외국인 타자 빼고는 강한 파워를 가진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불과 10년 정도 사이에 이렇게 흐름이 바뀐 것이다. 다만 홈런왕으로 다시 범위를 좁혀보면 여전히 왼손 거포들의 입지는 좋다. 김기태, 이승엽, 서튼, 그리고 최형우 정도만이 그 영광을 가지고 있다. “홈런왕은 오른손”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그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병호라는 워낙 쟁쟁한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지난 3년간 홈런왕에 올랐다. 매년 홈런 개수는 늘어나 지난해에는 ‘52’까지 올라섰다. 올해도 시작부터 홈런 페이스가 가파르다. 7일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구장인 잠실에서 홈런 두 방(시즌 3·4호)을 몰아치며 홈런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다. 독보적인 힘에 타격 기술까지 나날이 향상되고 있어 홈런왕 4연패 전망이 밝다는 평가다.
그러나 박병호는 강정호의 이탈로 타석에서 다소간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집요한 견제도 이겨내야 할 숙제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왼손 거포들에게 아예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왼손도 초반부터 힘을 내고 있다. 에릭 테임즈(NC)가 박병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돌아온 최희섭(KIA)도 여전히 힘을 보여주고 있다. ‘홈런왕 출신’들인 최형우 이승엽(이상 삼성)도 이미 홈런을 개시했다.
지난해 37개의 홈런을 때리며 장타력을 과시한 테임즈는 올 시즌 타구 비거리가 더 늘어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빨래줄 같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특기인 테임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조금 더 불렸다. 여기에 웨이트트레이닝 또한 착실히 해 몸이 마치 보디빌더를 연상시킬 정도다. 지난해 이상의 엄청난 힘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무대에 적응이 돼 좀 더 수월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다는 것도 기대요소다. 40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국내 선수로는 최형우가 가장 강력한 후보다. 홈런왕 경력이 있는 최형우도 언제든지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을 갖췄고 기본적으로 컨택 능력이 나쁘지 않은 타자다. 몰아치기 능력도 상당하다. 이승엽과 최희섭은 상대적으로 높은 확률의 후보들은 아니지만 홈런의 맛을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다. 당초 “박병호와 박병호의 싸움”이라고 평가받았던 홈런왕 레이스가 왼손 거포들로 인해 흥미로워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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