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S 없는 에이스 김광현, 숙제는 '투구수 관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08 06: 17

구위는 좋다. 몸 상태도 순조롭게 올라오고 있다. 올 시즌 최고 자리 수성을 노리는 김광현(27, SK)의 이야기다. 그러나 마지막 숙제가 있다. 투구수 관리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광현도 차분히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김광현은 올 시즌 초반 2경기에 나가 1승1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 중이다. 2경기에서 10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14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고 있다. 7일 인천 kt전에서도 5이닝 동안 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단 1실점하는 좋은 내용으로 시즌 첫 승을 안았다.
단 두 경기지만 고무적인 부분이 많았다. 우선 몸 상태다. 체력 관리를 위해 예년에 비해 급하게 끌어올리지 않은 김광현이다. 그럼에도 컨디션이 순조롭게 올라오고 있다. 선발로 나선 2경기 모두 쌀쌀한 날씨 속에서 진행됐음을 고려하면 구속도 지극히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다. 날이 풀리면 더 강력한 강속구의 향연을 기대할 수 있다. 김광현도 “공끝 자체는 작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제구다. 물론 김광현의 제구가 절대적인 기준에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광현’이라는 이름 석 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김광현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61.5%로 리그 평균보다 아래였다. 그런데 올 시즌 이 수치는 66.8%까지 올라갔다. 리그 톱클래스 수준이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제구를 모두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무적인 변화다.
김광현 또한 7일 경기가 끝난 뒤 이날 스트라이크 비율을 복기하며 “제구가 좋아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지난해까지는 제구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올해는 좀 더 자신 있게 던지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를 종합하면 기록상으로나, 선수 스스로의 체감상으로나 구위와 제구 모두가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이닝소화가 아쉽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실제 김광현은 1일 인천 KIA전에서 5⅔이닝, 7일 경기에서는 5이닝 소화에 그쳤다. 난타를 당한 것은 아니었는데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상대 타자들의 끈질긴 커트에 투구수가 불어났다는 것이다. KIA와 kt 타자들은 김광현의 빠른 공을 연신 걷어냈다. 앞으로 나가지는 못해도 방망이에 맞은 공은 파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피안타율(.231), 9이닝당 볼넷 개수(3.38)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내고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이유였다.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이미 김광현의 장·단점을 모두 알고 있는 상대 타자들의 내성과 인내심이 좋아졌다”라는 말도 있고 “공이 너무 좋아서 내야 땅볼이 될 것이 방망이가 밀려 파울이 된다”라는 말도 있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투구수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김광현 또한 “투구수를 줄이려고 승부를 빨리 해보기도 했는데 파울이 되거나 변화구가 볼이 되다보니 잘 안 됐다”라면서 “투구수를 초반부터 줄여가는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선발투수로서 이닝소화는 핵심적인 요소다. 5일에 한 번씩 나서는 선발투수가 팀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헌인 까닭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2경기는 김광현에게 다소간의 찜찜함을 남겼다고도 볼 수 있다. 스스로 공언한 “최대한 많은 이닝 소화”라는 목표에도 걸림돌이 된다.
다만 단순히 투구 패턴의 방법론 문제일 수도 있다. 이미 구위는 최정상급이고 제구도 점차 나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진 것이 많은 김광현이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배열과 조합은 쉬워진다. 김광현이 빠르게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올해도 최고 자리를 지켜낼 기반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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