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회복도 빠른 것일까. 정우람(30, SK)을 보면 그 가정은 맞는 것일 수도 있다. 2년의 공백이 있었던 선수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예상보다 조기에 ‘완충’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SK의 전력에 가세한 정우람은 순탄한 복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3경기에서 2⅓이닝을 던지며 아직까지 실점이 없다. 3경기 성적이라 평균자책점 ‘0’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피안타율이 1할4푼3리에 불과하다는 점은 눈에 들어온다. 정우람의 공이 여전히 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첫 경기인 3월 29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볼넷 2개를 허용하며 멋쩍은 미소를 짓기도 한 정우람이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볼넷도 없다. 제구는 점차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 타자 몸쪽과 바깥쪽을 자유자재로 찌르는 빠른 공의 제구, 그리고 춤을 추듯 떨어지는 전매특허 체인지업의 위력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제구가 안정되자 공격적인 승부도 이뤄지고 있다. 정우람은 4일 목동 넥센전에서 공 8개로 두 타자를 요리한 것에 대해 “점수차가 벌어져 있어 공격적으로 승부했다”라고 떠올렸다. 그 공격적인 승부는 제대로 먹혔다. 7일 인천 kt전에서는 안타 하나를 허용했지만 더 이상의 위기는 허용하지 않고 1280일 만에 홀드와 다시 인연을 맺기도 했다. 마지막 타자 용덕한을 직구와 체인지업 조합만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것은 백미였다.
아직 100%라고는 볼 수 없다. 정우람은 몸 상태에 대해 “아직 올라오는 중”이라고 했다. 여기에 정우람은 상근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상근예비역이나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선수들은 대개 복귀 시즌에는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상무나 경찰청에서 야구를 한 것이 아니라 감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우람은 그 과정을 말 그대로 ‘속성코스’로 밟고 있다. 팀이나 스스로나 1~2달 정도를 적응기라고 봤던 시즌 전 생각보다는 분명히 빠른 페이스다. 정우람의 ‘완충’ 시점이 빨라지면 SK 벤치도 정우람의 활용폭을 넓힐 수 있다. 지금은 투구수와 등판 간격을 철저히 지키고 있지만 승부처에서는 좀 더 유연하게 투입할 수도 있고 때로는 상대 타자 상황에 따라 윤길현과 자리를 맞바꿔 팀의 자물쇠 완성을 도울 수도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한 가지 아쉬움은 구속이다. 정우람은 “구속이 좀 더 나왔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한창 때 당시 정우람의 최고 구속은 140㎞대 중반이었다. 지금은 130㎞대 후반에서 140㎞대 초반에 형성되고 있다. 빠른 공과 체인지업의 구속은 3~4㎞ 정도가 모자라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유가 있다. 정우람은 “구속에 신경을 써 세게 던지면 제구가 흔들린다. 어차피 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며 인내를 가지고 차분히 만들어갈 뜻을 밝혔다. 그리고 그 과정이 완성되는 순간 정우람은 완전체로 SK 불펜에 합류할 수 있다. 지금도 수준급 성적을 내는 정우람이다. 완전체 정우람의 위력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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