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이호준, 몸쪽 두려움 깬 '괴력의 회춘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4.08 06: 06

타자들에게 은퇴해야 할 순간은 몸쪽에 대처가 되지 않을 때라고 한다. 몸쪽 공에 반응이 늦어지고, 두려움이 커질 때가 타자들에게는 '은퇴 시점'이라는 것이다. 
NC 지명타자 이호준(39)도 지난해 바로 이 은퇴 시점이 다가오는 듯했다. 상대팀에서는 이호준의 몸쪽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때로는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위협구도 있었다. 4번으로 시작한 타순은 5번으로 내려왔다. 우리나이로 마흔, 불혹이 된 올해 이호준은 6번으로 한 계단 더 떨어졌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이호준은 몸쪽의 두려움을 완벽하게 깨뜨리고 있다. 몇 가지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지난 5일 마산 한화전에서는 6회 배영수의 초구 몸쪽 높은 공을 피하다 주저앉았지만 피하지 않았다. 계속 몸쪽으로 공이 날아들었지만 이호준은 타석에 바짝 붙었다. 배영수의 5구 몸쪽 낮은 140km 직구를 제대로 걷어 올렸고, 좌월 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7일 광주 KIA전에도 이호준은 몸쪽과 싸움을 이겼다. 2-2 동점으로 맞선 6회 1사 1·2루 찬스. KIA 투수 조쉬 스틴슨은 초구를 몸쪽 높게 붙였고, 이호준은 허리를 젖히면서 공을 피했다. 2구 바깥쪽에 이어 3구도 몸쪽 높게 들어와 이호준은 또 한 번 고개를 젖혀야 했다. 4구 직구도 몸쪽 깊숙하게 향했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정확히 잡아당겨 좌측 2타점 2루타로 장식했다. 이날 경기 결승타였다. 
최근 2경기에서 나타난 장면에서 보듯 이호준에게 상대팀 투수들은 집요하게 몸쪽으로 승부를 건다. 지난해까지 이호준의 최대 약점이었고, 몸쪽 공에는 자동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오히려 타석에 바짝 붙었고, 몸쪽 공을 제대로 끌어 당겨치고 있다. 몸쪽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 이겨낸 것이다. 
이호준은 "올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지난 몇 년간 나이가 들수록 억지로 밀어치려고 한 면이 있었다. 그러다 상대 투수가 몸쪽 승부를 들어오면 병살도 많이 나와 답답했다"며 "몸쪽 공도 당겨 치는 연습을 캠프에서부터 많이 했다. 배트 손잡이에 맞아도 좌측으로 안타가 나오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요즘 타석에 들어서면 몸쪽 공에 겁이 안 난다"고 했다. 
이호준의 안타 12개를 보면 좌측이 5개로 가장 많고 중앙 4개, 우측 3개로 분포돼 있다. 전반적으로 좌중우 고르게 퍼져있는데 그 중에서도 좌측으로 많이 향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몸쪽 공에 밀리지 않는다는 증거. 몸쪽 공 두려움에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고 이겨낸 결과가 지금의 달콤한 열매로 돌아왔다. 
개막 6경기 이호준의 성적은 25타수 12안타 타율 4할8푼 2홈런 13타점. 타율 2위에 타점은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대단히 인상적인 페이스로 NC 타선을 이끌고 있다. 불혹의 나이가 무색한 이호준에게는 두려울 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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