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 연속 붕괴’ 봉중근, 처방전은 무엇인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4.08 06: 18

이대로 무너지고 마는 것인가.
LG 트윈스 마무리투수 봉중근(35)이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봉중근은 지난 7일 대전 한화전에서 연장 11회에 등판, 3-3 동점에서 나이저 모건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첫 타자 이용규에게 좌전안타를 맞더니, 희생번트를 댄 송주호와는 의미 없는 풀카운트 승부를 했다. 최진행을 고의4구로 걸린 뒤 이시찬과 모건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며 경기를 내줬다. 여전히 패스트볼 구속은 140km 이하였고, 불리한 볼카운트가 반복되면서 결정구 체인지업을 던지지 못했다. 이전 등판과 마찬가지로 마운드에 오른 순간부터 타자에게 끌려갔다.

이로써 봉중근은 올 시즌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실점했다. 지난달 29일 광주 KIA전에서 브렛 필에게 끝내기 역전 투런 홈런을 맞고 첫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이어 3일 잠실 삼성전에선 연장 10회에 박한이에게 결승타를 내줬다. 다음날에는 9회초 3-0 리드 상황에서 등판했는데 최형우에게 투런포를 맞아 2실점하며 가까스로 세이브를 올렸다. 4경기 동안 소화한 이닝은 1⅔이닝 밖에 안 되는데 6실점했다. 평균자책점은 32.40에 달한다.
현재 봉중근의 가장 큰 문제는 제구력이다. 사실 구속은 2011년 팔꿈치 인대접합 후술 이후 내리막이었다. 마무리투수로 전환한 이후, 140km 후반대를 던졌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난해에도 봉중근의 패스트볼 구속은 130km대 후반에서 140km대 초반을 오갔다. 이따금씩 145km를 찍기도 했으나, 구위보다는 로케이션으로 상대 타자를 눌렀다. 특유의 몸쪽 꽉찬 공으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거나 범타, 혹은 스탠딩 삼진을 유도했다. 
그런데 지난 4경기에선 이러한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3일 삼성전에서 박한이에게 던진 초구를 제외하면 봉중근 특유의 과감하면서도 정교한 로케이션은 실종됐다. 로케이션이 안 되다 보니 볼카운트 싸움은 불리해지고 선택지도 좁아진다. 좌타자에게 약했던 것을 극복하기 위해 슬라이더 포크볼을 연마했으나, 불리한 볼카운트에선 모험을 걸기 힘들다. 장기인 커브와 체인지업마저도 구사할 여유가 없다.
심리적인 문제도 크다. 반복된 부진으로 인해 마운드 위에서 위축되어 있는 게 눈에 보인다. 타이밍 싸움부터 타자에게 밀리고 있다. 투구 템포가 느리고 1루 견제는 너무 많다. 봉중근은 지난 7일 한화전에서 수차례 1루 주자를 견제했다. 상대 주자의 도루 타이밍을 포착한 것이 아닌, 타자와의 승부를 미루거나 피하려는 인상이 강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상대 타선에 지고 들어갔다.
 
양상문 감독은 봉중근을 믿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매번 똑같은 내용으로 무너진다면, 선택의 시간을 피할 수 없다. 양 감독은 지난해 7월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봉중근이 블론세이브를 범하자, 봉중근만 홀로 서울에 올려 보냈다. 당시 봉중근은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가 끝내기 안타를 맞은 바 있다. 원정 2연전 두 번째 경기로 3연전 마지막 경기가 남았음에도 봉중근에게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줬다.
봉중근이 반등하지 못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처방전을 내릴 확률이 높다. 아직 시즌 극초반이다. 당장 마무리투수를 교체하기 보다는, 봉중근에게 자신을 추스를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게 나을 수 있다. 그 사이 이동현이나 정찬헌을 세이브가 필요한 순간 기용한다. 참고로 당시 봉중근은 양 감독이 하루 휴식을 준 이후 8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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