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KIA는 지난 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접전을 벌이다 3-5로 무릎을 꿇고 개막 6연승을 마감했다. 공격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 패인이었고 선발 조쉬 스틴슨이 6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도 KIA에게는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러나 강팀을 상대로 불펜의 건재를 확인한 것은 수확이었다. NC의 강타선을 상대로 3⅔이닝 동안 1실점으로 막았다. 이날 선발투수 스틴슨은 6회 안타와 볼넷을 내주고 위기에 몰렸고 1사후 이호준에게 2타점 2루타를 맞고 강판했다. 뒤를 이은 박준표는 손시헌 유격수 땅볼에 이어 김태군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가볍게 불을 껐다.

7회들어 선두 박민우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이종욱을 3루 뜬공으로 처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바통을 받은 임준섭이 나성범에게 중월 3루타를 맞았고 실점했다. 박준표의 실점이었다. 임준섭의 실투라기 보다는 나성범이 엉덩이가 빠지면서도 워낙 잘 때린 공이었다.
8회는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한 베테랑 김태영이 첫 선을 보였다. 선두타자 지석훈에게 안타를 맞고 도루를 허용했고 폭투에 몸에 맞는 볼까지 내주는 힘겨운 신고식이었다. 그러나 실점을 하지 않고 버티는 노련함을 보였다. 9회 홍건희도 긴장한 탓에 사구와 도루를 허용하고 느슨한 플레이로 주자를 3루까지 진출시켰지만 후속 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고 실점을 막았다.
이날 불펜투수들의 실점은 1점이었다. 안타를 맞거나 사사구를 내주며 흔들리면서도 실점을 최소화했고 2점차의 긴장감을 9회까지 끌고 갔다. 타선이 8회말 한 점을 추격하고 비록 무위에 그쳤지만 1사1,2루 역전찬스까지 잡고 상대의 불펜진까지 총가동하게 만든 것은 불펜진이 버텼기 때문이었다.
KIA가 뒷심이 생겼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예년 같으면 선발투수가 무너지면 불펜도 속절없이 당하면서 완패하는 경기가 많았다. 지난 3월 29일 LG와의 개막 2차전에서도 불펜진이 버텨주면서 끝내기 역전포가 나왔다. 이제는 KIA의 경기 후반도 흥미진진해졌다. 허망한 마음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떴던 관중들도 끝까지 남아있다.
실제로 KIA 불펜진의 개막 7경기에서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2.70이다. 5.90(8위)을 기록했던 작년과는 대비가 되지 않는다. 임준섭 박준표 홍건희의 새 얼굴들이 불펜에 포진했고 심동섭 김태영 최영필 등 작년의 베테랑들이 함께 하고 있다. 윤석민이 소방수로 뒷문을 지키면서 안정감이 더해졌다. 개막 연승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KIA의 행보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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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후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35, 2홀드를 기록하고 있는 사이드암 박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