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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개봉] 따뜻한 '장수상회' vs 차가운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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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영화팀] 스크린에서 자주 다뤄지진 않는 중노년의 사랑과 고민을 중심에 둔 두 영화가 공교롭게도 9일 동시개봉한다.

두 말이 필요없는 임권택 감독과 안성기 주연의 '화장'과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으로 한국 최초 블록버스터의 장을 연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가 그 주인공.

임권택 감독은 유명 소설가 김훈의 동명작품을 원작으로, 죽음을 앞둔 아내와 젊은 부하 여직원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의 심리를 치밀하게 담아냈다면, 강제규 감독은 tvN '꽃보다' 시리즈로 매우 핫한 박근형, 윤여정을 주연으로 알콩달콩한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얼핏 비슷한 내용이지만 완전히 다른 톤으로 풀어낸 두 감독의 저력에 관심이 쏠린다.

# 따뜻한데 '너무' 따뜻한 '장수상회'

후반부를 묵직하게 누르는 반전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드라마에 가깝지만, 어찌됐든 처음 관객들의 호감을 사는 건 초반부 성칠(박근형 분)과 금님(윤여정 분)의 데이트씬들이다. 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속으론 애정이 넘치는 '할아버지 츤데레' 캐릭터를 구현하는 박근형과 새침한듯 하면서도 적극적인 윤여정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성칠은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는 까칠한 노신사. 어느날 앞 집에 이사온 금님에게 반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성칠은 그 동네서 유일하게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를 설득해 재개발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마을 주민들은 성칠이 보다 부드러워질 수 있도록 두 사람의 데이트에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문제는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너무 착해서, 지나치게 평면적이라는 거다. 재개발이라는, 현실 세계선 살인도 불사하는 예민한 주제를 놓고 한 할아버지의 연애에 두발 벗고 나서는 동네 주민들이라던가, 성칠로 인해 고통 받았을 가족들의 이야기는 마치 대충 채워넣은 그림의 여백 같다. 꽤 비중있게 나오지만 왜 나오는지 모를 일부 조연 캐릭터들도 몰입을 방해한다.

웃기다 울리는, 한국영화 공식에 딱 짜맞춘듯한 연출은, 관객들이 반길 요소일지 지겨워할 요소일지 미리 감을 잡기 어렵다. 다만 현실성과 관계 없이 따스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순 있겠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혜린 기자 rinny@osen.co.kr

# 차갑지만 속내는 뜨거운 '화장'

'화장'에는 이렇다 할 사건이 없다. 아내(김호정)가 재발한 뇌종양으로 죽는다는 것 외에는 오상무(안성기)의 심리적인 동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오상무는 아내와 달리 생의 절정을 달리고 있는 싱그러운 여직원 추은주(김규리)에게 마음을 빼앗기지만, 실제와 오상무의 환상이 뒤섞이면서 나중에는 무엇이 그의 상상인지 모호해진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로 흘러가지만, 오상무와 추은주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몰입도를 높인다. 오상무는 추은주를 시선으로 더듬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둘 사이에 신체적 접촉이라곤 손끝이 스치는 것이 전부일 뿐, 추은주는 오상무의 상상 속에서 살아간다. 이처럼 '거장' 임권택이 다루는 중년의 욕망은 차갑고도 뜨겁다.

죽음을 앞둔 아내와 함께 하는 장면들은 처연하게 다가온다. 오상무는 아내에게 헌신적이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닌 의무감에서 기인한다. 남편의 흔들림을 알고 분노하기보다 슬퍼하는 아내의 마음과 대비를 이루는 대목이다. 아내가 아끼던 애완견 보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내의 유언을 따를 뿐, 그것에 감정은 담겨있지 않다. 

백미는 오상무의 도움을 받아 아내의 몸에 묻은 오물을 씻는 화장실 신이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 등 복잡한 심경에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남편에 품에 안겨 오열하는 모습에 보는 이도 먹먹해진다. 원 신 원 컷으로 촬영된 장면으로 카메라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담담하게 잡아낸다. 청소년관람불가.

김윤지 기자 j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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