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은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이른바 물샐틈없는 질식 수비로 상대의 공격 흐름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7일까지 팀 최다 실책 1위다.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실책을 기록 중이다. 지금껏 삼성이 보여줬던 모습과는 분명히 달랐다.
류중일 감독은 "후반에 할 것을 전반에 다하고 있다"면서 "실책이라는 건 항상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7경기를 했기 때문에 크게 의식하진 않는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올해부터 경기수가 늘어난 만큼 (실책을) 좀 더 한다고 봐야 한다. 70~80개는 하지 않겠냐"는 게 류중일 감독의 생각.
실책이라는 게 안 나오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경기를 하다보면 나올 수 밖에 없는 노릇. 류중일 감독은 "집중력이 부족했던 것보다 애매한 타구가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현역 시절 특급 유격수로 명성을 떨쳤던 류중일 감독에게도 뼈아픈 과거가 있었다. 그는 "경북고 1학년 때 대구고와 대통령배 지역 예선전을 했었는데 내가 실책을 하는 바람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류중일 감독은 구자욱의 1루 수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안 하면 좋겠지만 자꾸 나오면 안된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말이다. 이어 "1루수가 그렇게 (실책이) 많으면 되나. 홈런치는 것보다 실책 안 하는 게 더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자욱 또한 "그날 잠도 못잤다. 결정적인 실책을 했지만 이를 계기로 더 연구하고 배우게 됐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삼성은 수비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져 있다. 이는 류중일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코치 시절에 삼성만의 수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수비 매뉴얼을 책자로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삼성만의 확실한 틀이 잡혀 있다. 어쩌면 확고한 시스템과 선수들의 기량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최근 부진에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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