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수호신 윤규진(31)이 미스터 제로로 거듭나고 있다. 어떤 위기에서든 막아낼 것 같은 불패 이미지가 되어간다.
윤규진은 지난 7일 대전 LG전에서 8회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 1⅓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9회 2사 만루 김용의와 승부에서 3볼 이후 3연속 직구로 루킹 삼진 잡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시즌 4경기 8이닝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이다. 3피안타 1볼넷 12탈삼진의 투구 내용도 압도적이다.
윤규진이 강력한 마무리로 자리 잡고 있는 데에는 주무기 포크볼의 힘이 크다. 구속은 140km대 중반으로 150km 안팎을 찍었던 과거에 비해 빠르지는 않다. 154km로 알려진 지난 1일 대전 두산전 마지막 직구의 구속은 방송사 오류로 실제 구속은 146km였다. 그럼에도 윤규진이 무적의 투수가 된 데에는 바로 포크볼이 있다.

LG전을 보자. 이날 윤규진은 총 34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 중 포크볼이 18개로 직구보다 더 많았다. 그런데 이 포크볼이 그저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에만 쓰이지 않았다. 때로는 타자 눈높이에서 뚝 떨어져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 카운트를 잡는다. 8회 2사 2루에서 오지환은 윤규진의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로 떨어진 포크볼에 타이밍을 빼앗겨 헛스윙 삼진당했다.
9회에도 윤규진은 이진영을 상대로 포크볼을 바깥쪽 스트라이크로 카운트를 잡고서 결정구로 가운데 낮게 떨어뜨리며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낙차가 조금 작은 카운트 잡는 포크볼, 원바운드로 낙차 큰 포크볼 두 가지 종류인 것이다. 똑같은 포크볼이라도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놀아 타자를 헷갈리게 한다. 그러다 가운데로 훅 들어오는 직구는 알고도 칠 수 없다.
지난 2003년 한화에 입단한 윤규진은 150km 강속구에 포크볼을 주무기로 한 투수였다. 2005년 구원투수로 1군에 자리 잡은 이유였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에는 포크볼보다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였지만 올해는 다시 포크볼러로 돌아왔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대신 높낮이를 최대한 활용 중이다.
윤규진은 "스플리터가 아닌 포크볼이다. 손가락을 완전히 벌려서 잡는다. 자주 던지지 않았을 뿐 원래부터 던진 공이다"며 두 가지 종류의 포크볼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없다. 던질 때 세기는 같은데 타점을 조금 다르게 보고 던진다"고 설명했다. 폼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쉽게 간파 당하지 않는다.
물론 포크볼을 많이 던지는 투수는 부상의 위험이 높다는 설이 많다. 이에 대해 윤규진은 "포크볼을 많이 던지면 구속이 떨어지고, 부상 위험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슬라이더 등 다른 변화구들도 마찬가지"라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마법의 포크볼'이 있는 한 윤규진은 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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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