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준, 시련의 120구와 김기태 노림수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4.08 22: 20

시련의 120구였다.
KIA 유망주 좌완투수 임기준이 데뷔 첫 선발등판에서 부진했다. 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나섰으나 6이닝 동안 2홈런 포함 13피안타 10사사구(5볼넷) 11실점의 난조였다. 투구수는 120개에 이르렀다. 임기준의 부진과 함께 팀은 5-13으로 대패했다.
1회 첫 타자 박민우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제구력이 흔들렸다. 절묘한 견제로 주자를 잡아냈으나 이종욱에게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았다. 이어 나성범에게 바깥쪽 직구를 통타당해 선제 투런포를 맞았다. 임기준은 테임즈를 볼넷으로 다시 내보냈고 이호준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주고 3점째를 허용했다.

2회 하위타선을 상대해도 비슷했다. 8번 김태군 중전안타, 손시헌은 볼넷을 허용했다. 박민우의 보내기 번트에 이어 이종욱에게 2타점 중전적시타를 맞고 5실점째를 했다. 3회는 무실점으로 넘었지만 4회도 흔들렸다. 선두 이종욱을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폭투에 이어 1사후 테임즈에게 좌중월 투런포를 맞고 추가 2실점했다.
5회는 2사까지 잘막았지만 손시헌과 박민우를 연속으로 맞히면서 흔들렸고 김성욱에게 중전적시타를 맞고 8점째를 허용했다. 이어 나성범을 또 다시 맞혀 5회에만 세 번째 사구를 기록했다. 역대 1이닝 최다 사구 타이기록이었다.  임기준은 힘겹게 테임즈를 3루 파울플라이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임기준은 1사후 안타와 볼넷으로 위기를 불렀으나 김태군을 1루 땅볼, 손시헌을 헛스윙삼진으로 솎아내고 6회를 마쳤다 투구수는 106개. 김기태 감독은 7회에도 임기준을 올렸다.그러나 4연속 안타를 맞고 추가 3실점하자 김기태 감독이 직접 나와 교체를 지시했다. 투구수는 120개였다. 임기준에게는 가혹했던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왜 임기준을 조기에 바꾸지 않았을까?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의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임기준을 키우려는 육성법의 일환일 수 있다. NC의 강타선을 상대로 온몸으로 버텨보라는 의미이다. 시범경기가 아닌 본무대에서 정예 타자들을 상대하고 깨지면서 분명 얻는 수확이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김 감독은 평소 "임기준은 선발투수로 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주축 선발투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련도 겪어야 한다고 판단한 듯 하다. 더욱이 이날 임기준은 유난히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김 감독은 자신감 없는 플레이를 가장 싫어한다. 선발투수답게 깨지더라도 경기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주문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남은 경기를 위해 불펜을 아끼려는 포석도 있다. 당장 내일 NC전에는 양현종이 등판한다. NC와의 3연전 싹쓸이를 피해야 한다. 그리고 주말 천적 삼성과도 대구 3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험버, 문경찬, 스틴슨이 선발등판한다. 불펜의 누수를 최소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만일 바꾸었다면 2-5로 추격한 4회, 혹은 5이닝을 마친 6회부터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고 있는 가운데 불펜 투입은 어려웠고 KIA 벤치는 임기준이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너무 가혹했다는 평가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김 감독의 노림수에 대한 열쇠는 임기준이 쥐고 있다. 그는 120개의 혹독한 투구를 통해 무엇을 느꼈을까? 다음 등판에서 그 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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