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상화, 늦게 피는 꽃이 더 강인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4.09 06: 00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이상화(27)는 초고교급 유망주였다. 경남고 시절부터 경기 운영능력은 프로선수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롯데는 연고출신 유망주 이상화를 1차 지명에서 데려온다.
많은 기대를 받고 프로에 입단한 이상화는 2년 동안 2군에서만 담금질을 했다. 그리고 2009년, 선발투수로 1군에서 본격적인 선을 보였지만 불과 3경기만에 경기 도중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2012년 팀에 복귀했지만 그 해 선발로 1경기에만 출전했다.
이상화의 프로 첫 승은 2013년에야 나왔다. 입단 6년 만에 구원등판한 뒤 끝내기 타점이 나오면서 승리 감격을 누렸다. 그리고 KIA를 상대로는 5이닝 1실점으로 첫 선발승까지 따냈다.

하지만 이상화는 작년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5선발 요원으로 기회를 받았지만 10경기 성적은 1승 3패 평균자책점 9.33이었다. 타자와 승부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투구는 좋았지만, 구위가 버텨주지 못했다.
이상화는 선발형 투수다. 강한 구위로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보다 경기 운영능력을 앞세워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게 더 잘 어울린다. 마침 롯데는 몇 년째 5선발이 고민이다. 올해는 아예 선발진에 2자리가 비었다. 이상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처음부터 다시 경쟁을 벌였고, 시즌 초 선발투수로 낙점을 받는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리고 시즌 첫 등판, 이상화는 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5피안타 2실점 호투를 펼쳤다.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선발로 계속 기회를 얻기에는 충분했다. 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은 이상화가 올해 선발진에 안착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 경기였다. 5⅔이닝 5피안타 6탈삼진 3실점, 아웃카운트 하나가 부족해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했고 패전도 당했지만 경기 내용은 훌륭했다.
투구수 103개 중 스트라이크는 66개. 직구 최고 스피드는 138km에 그쳤지만 볼 끝에 힘이 있었고 코너워크도 잘 되었기 때문에 삼성 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특히 체인지업(20개)과 커브(8개) 등 떨어지는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활용, 6개의 삼진을 솎아낸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탈삼진 6개는 이상화의 한 경기 최다 타이 기록이다.
이종운 감독은 8일 경기 후 첫 연패에도 불구하고 "이상화의 좋은 투구가 고무적이고 위안이 된다. 이상화가 잘 던질 때 타격이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틀 연속 타자들이 침묵하며 2연패를 당했지만, 선발투수 이상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소득이기 때문이다.
아직 이상화는 보여줄 것이 더 남았다. 8일 경기에서는 최고 140km에 미치지 못하는 공으로도 호투를 펼쳤다. 이상화와 같은 유형의 투수는 2~3km만 구속이 올라가도 훨씬 효과를 본다.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이상화는 140km 초반대까지 구속을 끌어 올렸었다. 때문에 날이 풀리면서 구속이 올라간다면 더욱 위력적인 투구를 기대할 수 있다.
시즌 2번의 선발 등판에서 기량을 증명한 이상화는 당분간 선발투수로 계속 기회를 얻게 됐다. 늦게 피는 꽃이 더 귀하고 강인한 것처럼 이상화도 올해 투수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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