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과 간절함으로 뭉친 두산의 4연패 탈출기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4.09 06: 02

“개막 후 3연승을 하다가 내가 한화전에 등판한 이후 4연패를 해 팀에 죄송했다. 앞으로도 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진야곱(26, 두산 베어스)은 지난 8일 잠실 넥센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이렇게 말했다. 이날 5이닝 4피안타 6탈삼진 5볼넷 3실점한 진야곱은 2407일 만의 승리이자 자신의 통산 첫 선발승을 따냈는데, 이런 겹경사를 맞이한 선수 치고는 들뜨지 않고 차분한 승리 소감을 남겼다.
많은 아픔을 겪었던 선수이기에 그럴 법도 했다. 진야곱은 “2년차(2009) 시즌에 구위도 좋고 자신감도 있었는데 갑자기 허리 부상이 와 안타까웠다. 2년간 스트레스도 컸다”고 전했다. 허리 부상으로 2010년까지 2년간 1군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진야곱은 이후 2년간 부진해 1군에서 던지지 못했고, 2013년부터는 경찰청 복무로 퓨처스리그에서만 지냈다.

하지만 군 복귀 시즌인 올해 감격의 승리를 맛봤다. 먼 길을 돌아 생애 첫 선발승을 수확한 진야곱은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니 경험을 쌓아서 꾸준히 잘 하고 싶다. (이)현승이 형이 5선발로 확정되어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기회가 왔다.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도 잊지 않았다.
아직 왼손 중지가 부어 있어 피칭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지만, 투수조장인 이현승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날 경기 전 잠실구장에 있던 이현승은 “오늘 야곱이가 꼭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직접 던지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후배가 반드시 팀의 연패를 끊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전해졌는지 이현승의 말은 현실이 됐다.
연패 흐름에 미안함을 느낀 것은 진야곱 하나만이 아니었다. 6-3으로 앞서던 6회말 쐐기를 박는 대타 3점홈런을 때린 민병헌도 경기가 끝나고 “루츠도 빠져 있는데 분위기도 가라앉은 것 같아서 팀에 미안했다”며 짧은 기간 결장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했다. 더 미안해지지 않기 위해 민병헌은 앞으로도 계속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기도 했다.
더 잘 하지 못해 서로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그라운드 위해서 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변하면서 두산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승리에 기여한 선수들이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낼 정도라면 다른 선수들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승리를 향한 간절함도 엿볼 수 있었다. 2회말 2-2 상황에 2타점 2루타를 치고 나간 결승타의 주인공 정진호는 정수빈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1, 2루에서 김현수 타석 때 2루 땅볼이 나오자 3루로 간 뒤 넥센 내야진의 틈을 발견하고 홈까지 내달렸다. 1점이라도 더 뽑아내기 위한 간절함이 없으면 나오기 힘든 플레이였다.
연패를 끊기 위한 절박함은 다시 연승을 시작하려는 소망과도 이어진다. 연패를 연승으로 바꾸기 위해 두산 선수들은 연패 탈출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야수들은 경기를 9-4로 끝낸 뒤 구장에 남아 방망이를 돌렸다. 선수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끔 했지만 대부분이 참여한 점이 눈길을 끈다. 다시 승률 5할에 복귀한 두산의 연패 탈출이 연승의 출발점이 될지도 주목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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